정부, 과열경쟁 막으려 배점 축소
입찰순위·총점 모두 공개 하기로
시 "시민에 쓰일 수입"… 유지요구


4년 주기로 인천시에 소위 '대박'을 안겨준 시금고지기 출연 협력사업비가 다음번 시금고 선정 땐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 금고를 차지하려는 은행권의 지나친 경쟁을 없애고자 정부가 금고 지정 평가 항목에서 협력사업비 비중을 축소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시금고 선정으로 역대 처음 1000억원대 협력사업비를 확보한 시로선 "효자 노릇을 하는 세외수입 확보 창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29일 인천시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현 지자체 금고 지정 평가 기준이 은행들 간 과도한 경쟁을 일으키고 지방은행의 진입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에 따라 새로운 평가 기준을 마련 중이다.

행안부는 100점 만점 평가 기준에서 협력사업비 배점을 기존 4점에서 2점으로 줄이고 금리나 지역 금융 인프라 등 다른 부분 배점을 높일 계획이다. 협력사업비가 은행의 순이자 마진을 초과하거나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나는 경우 지자체가 이를 행안부에 보고하도록 한다.

아울러 입찰에 참여한 금융기관의 순위와 총점까지 모두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금고 선정 입찰 결과는 1순위 은행을 공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는 이번 개선안이 썩 내키지 않는 기색이다. 4년 주기의 시금고 선정 때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협력사업비가 자칫 쪼그라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실제 시는 1·2금고 선정으로 2011년 270억원, 2015년 555억원, 2019년엔 무려 1342억원의 협력사업비를 확보했다. 이 기간 신한은행이 1금고를, 농협이 2금고를 차지해왔다.

협력사업비는 주로 사회공헌사업에 쓰인다. 1342억원을 기준으로 시가 올해부터 2022년까지 해마다 335억원을 인천시민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이에 시는 협력사업비 배점 삭감에 반대하는 의견을 행안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반면 은행의 협력사업비 조달 방식이 지자체 금고 운용 수익 일부를 출연하는 것이어서, 결국 금융 소비자인 시민과 기업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을 갖고 은행들 간 과당 경쟁을 펼치고 생색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협력사업비 배점이 줄면 은행이 출연하는 협력사업비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인천시로선 시민을 위해 쓰이는 세외수입이 줄게 되니 좋을 게 없다. 그래서 행안부에 기존 평가 기준을 그대로 유지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