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배다리마을에서는 건물 외관을 바꾸는 파사드사업이 한창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을 하는데, 배다리마을에서 살아온 지 올해로 10년을 맞이하면서 그 변화를 절실히 실감하고 있다. 한번 가속도가 붙으니 그 변화의 속도도 엄청 빠르다.

지중화 사업으로 전깃줄이 하나둘 없어지고, 우체국이 있던 자리에는 성냥박물관이 들어섰고, 보은사가 헐린 자리에는 마을쉼터가 생겨났다. 쉼터 옆 진식품 건물엔 오랫동안 비어있던 공간에 커피가게가 생겨났고, 얼마 전에는 경관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파사드작업으로 건물의 외관이 바뀌었다. 또한, 버스정류장 옆 실내화가게가 헐리고 주민편의시설이 세워지느라 한창 분주하다.

각자의 삶을 다듬으며 살아온 자리가 지금의 배다리 모습이다. 이 모습이 좋아서 사람들이 함께 살고 싶어 하고, 마을에 공간 하나를 꾸리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이 된 것이다. 사람의 욕심이란 게 끝도 없어 관광이란 이름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니, 그것도 빠른 시간에 옷을 입히려니 수백 년을 거쳐 수십 년의 세월로 이뤄진 모습을 무슨 무슨 마을이라고 명명되어지는 마을로 만들어 내고자하니 삐거덕거리기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겉모습을 바꾸기에 급급해있는 모습을 본다.

요즘 배다리 마을의 큰 이야깃거리는 경관개선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건물 외관을 바꾸는 파사드사업과 동구청에서 발표한 배다리 역사문화마을조성을 위한 마스터플랜에 대한 내용이다. 이 모두가 마을을 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관주도의 관광사업이라는 것이다.

그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파사드사업의 경우 도로변상가를 중심으로 30여채의 건물의 외관을 바꿔나가고 있는 중이다. 테마가 있는 거리 조성을 위해 파사드 외벽을 동일한 방식으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건물이 갖고 있는 특성을 외면한 채 업체가 테마별로 색을 입히는 작업인 것이다.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마을이 순식간에 바뀌어 가고 있다. 출퇴근할 때마다 마을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자본과 관이 함께 움직이니 그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배다리마을의 역사성과 문화가 순식간에 프레임에 갇혀버리고 덮여버리는 느낌이다.

관이 주도하고, 건물주가 동의하여 진행되는 사업이라지만 건물주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조언해 줄 수 있는 전문가를 통해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여 진행되었으면 더 좋았을 일이다.

배다리마을은 겉치레만 하는 경관개선사업이 아니라, 낡은 기와로 인해 비가 새는 지붕과 벽 틈의 바람을 막아주는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환경개선사업이 더 시급한 마을인 것이다. 관광의 목적으로 외관이 바뀌어 버린 마을은 곧 '둥지 내몰림'으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훤하지 않는가. 이 또한 살피고 경계할 일이다.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조성을 위한 마스터플랜에는 박경리와 성냥박물관 관련 기념비 및 조형물을 세울 계획과 3·1운동역사공원과 책모양 주차장이 세워질 계획을 갖고 있다. 집들이 헐리고 기념공원이 생기고, 기념할 것이 아니라, 기억되어 기록되어질 것들이 마을 곳곳에 과거를 기념하는 조형물로만 세워진다하니 대략난감하다.

인문건축가 조성룡선생님의 "시간의 작용에 따라 바래지고 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구조물의 숙명이라면 설계 단계에서부터 '품위'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이 귓속에 맴돈다.
배다리마을엔 눈요깃거리가 아닌, 먹고, 자고, 함께 울고 웃고 사는 사람들, 이웃이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제발!

/권은숙 생활문화공간 달이네 대표·요일가게·나비날다책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