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법의 날 … '해치'답게 심판하라

 

▲ 法의 원형은 해치가 물처럼 공정하게 판별해 가는(去) 것이다. /그림=소헌

 

도덕보다 법을 중요하게 여긴 법가法家사상이 민중의 권리를 위하여 발전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봉건사회에 있어서 法은 군주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존재하였다고 해야 옳다. 오로지 法은 지배와 통치를 위한 형벌刑罰이 주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민주사회에 살고 있으면서도 아직 법과는 친숙하지 않고, 만나면 피하고 싶은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해치(해태)는 성품이 충직하고 머리에 뿔이 있다. 바르지 못한 사람은 뿔로 받고, 다투는 것을 들었을 때에도 옳지 않은 사람을 받는다. 해치는 '옳고 그름'과 선악善惡을 판단하며 정의를 지키는 동물이다. 해치는 '해님이 보낸 벼슬아치'라는 뜻이다. 그래서 재판을 할 때는 죄인을 해치에게 데려갔고, 해치는 죄가 있고 없음을 가려냈다.

지금도 광화문에는 해치상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법리공정(法理公正)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고 올바름, 이것이 바로 法의 이치다. 오늘은 '법의 날'이다. 법치국가에서 법리法理란 '법을 통한 통치'가 아니라 '법의 통치'가 되어야 한다.

▲法 법 [법 / 진리]

(1)[法]은 어디에서 왔는가? 글자대로 풀면 (물 수)에 去(갈 거)이니, '물처럼 흘러가다'라고 하겠다. 어영부영 선악이 한데 뒤섞여서 대충 흘러간다? 아니다. (2)法의 원형은 []이다. 자형이 간단하게 바뀐 것이다. 글자를 깨고 살리는 파생破生법으로 자세히 살펴보자.

1. (해치 채) (큰집 엄)+鹿(사슴 록)+鳥(새 조). 해치는 사슴과 새가 합쳐진 신령한 짐승으로서 조정의 일을 돕는다. 해치가 먹는 풀을 薦(천)이라 하는데 '천거하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2. 去(갈 거)의 본자는 [거]다. 사람(大)이 동굴()에서 나와 세상 밖으로 '나가는' 모습으로, '버리다. 제거하다'는 뜻도 갖는다.
3. 水(물 수) 물은 평준平準하고 공평公平하며 공정公正한 판단을 의미한다. 만일 평평하지 않으면 한쪽으로 치우쳐 흐를 뿐만 아니라 마침내 그 존재가 사라지게 된다.

▲理 리 [다스리다 / 이치]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부수는 玉(구슬 옥)이다.
1. 옥(玉)을 정성껏 갈 듯 밭이나 마을(里리)을 가꾸는 것이며
2. 왕(王)이 마을(里리)을 이치에 맞게 다스리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재판관들은 잘 알 것이다. 법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니, 같은 정도의 범죄에 대하여 같은 처벌 규정을 두어야 함을. 만일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103조항을 빌미삼아 주관적인 판단을 한다면, 그때는 '법관은 권력의 신하' 또는 '법피아'라는 오명을 지울 수 없게 된다. 법이 평등하지 않다면 오히려 범죄를 양산하는 꼴이 될 터. '개법'이면 개법改法하라.

"공평하지 않는 것은 악법惡法이 아니라 무법無法이다." 법리法理()는 올바른 재판관(해치)이 공정한 판단(水)으로 죄를 판별해 가는(去)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광화문에 있는 해치의 머리에는 뿔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