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안나 경제부기자

2018년 4월27일 전 세계의 눈이 이곳 대한민국에 쏠렸다. 각 방송사는 앞다퉈 남북정상의 만남을 생중계했고, 거리의 시민들은 역사적 장면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휴대전화에 시선을 고정한 채 종종걸음을 쳤다.
분단 역사상 최초로 북 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았고, 그의 통 큰 결단에 문재인 대통령은 감사함을 전했다.
분단의 아픔이 서린 군사분계선에서 양 정상은 두 손을 맞잡고 한참이나 서로를 바라봤다. 김 위원장의 안내에 따라 문 대통령이 북쪽 땅을 밟았을 땐 곳곳에서 깊고 낮은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휴대전화 속 친구들과의 대화방은 하루 종일 시끄러웠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러다 통일되는 거 아냐?"라는 기대 섞인 농들로 가득했다.

아직도 내 휴대전화 사진첩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방명록에 써내린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역사)의 출발점에서'라는 글귀가 선명히 남아있다.
어느새 평화의 바람이 불었던 그날로부터 꼬박 1년이 흘렀다.
친구들과 나눴던 이야기들은 무색해졌고, 왠지 모를 설렘과 벅참으로 써 내려갔던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한 기사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강화교동평화산단 조성과 남북통일경제특구 지정은 손에 잡히지 않는 막연한 이야기에 그쳐버렸다. 재가동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오늘도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북녘땅에 남아있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이산가족의 절절함은 끊이지 않는다.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없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오랜 시간 분단된 나라가 다시 하나로 합쳐지기까지 수많은 변수들이 있고, 이로 인해 흘러가는 시간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슴을 먹먹하게 할 뿐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어제 러시아 땅을 밟았다.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앞두고 진행되는 북·러정상회담이란 변수가 차분해진 한반도에 다시 한 번 평화의 바람을 불게 하는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