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관계회복등 예방 초점
'사과와 용서'로 소송 최소화
도, 전국 첫 도입 … 타지 확산
지난해 124개교 122건 해결

경기도내의 한 초등학생 A군은 중학생인 B군에게 폭행을 당했다.

B군은 폭행에 이어 흡연도 강요했다.

이에 A군은 학교에 이같은 사실을 알렸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서로의 진술은 엇갈렸고, 신고내용도 반복되면서 학부모간의 갈등으로 번졌다.

특히 학생들의 학교가 서로 달라 양측의 학교에서도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이들이 화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경기도교육청 학교폭력갈등조정자문단이 나섰기 때문이다.

자문단은 양측 부모와 수차례 마주앉아 한달간 갈등의 시작과 쟁점을 파악했다.

이 결과, 화해가 이뤄졌다.

가해학생은 용서를 구했고, 가해자 학부모는 사과와 함께 생활지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약속 했다.

피해자 학부모도 용서하기로 했다.

이들은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도 관계회복을 위한 모임을 지속적으로 갖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전국 처음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학교폭력갈등조정자문단'이 끊이지 않는 학교폭력 문제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23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지난해 1월부터 '학교폭력갈등조정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갈등과 분쟁, 민원을 최소화하고 공동체 화해와 치유를 돕자는 취지다.

자문단은 학교폭력이 발생한 학교를 찾아 갈등 조정과 함께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또 '법적 소송 및 분쟁 최소화를 위한 합의조정', '학교폭력 학생 회복' 등 자문요청 내용도 다양하다.

지난해에만 도내 124교에서 122건의 갈등을 조정하는 등 학폭 당사자 간의 관계회복을 도왔다.

이런 형태의 방식은 전국 어디에도 전례가 없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도교육청을 시작으로, 전라북도, 강원도 등 4곳에서 이 같은 방식의 자문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교육당국은 학교폭력 예방법을 제정하는 등 제도를 마련했지만 학폭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제 도교육청의 학교 폭력 발생 건수를 보면 2015년 4198건, 2016년 5481건, 2017년 7329건 등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3년간(2015년~2017년) 가해자(2만4274명)와 피해자(2만546명)만 4만4820명에 달한다.

문제는 학교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소한 다툼도 갈등과 분쟁으로 이어져 교육공동체가 파괴되고 있다는 점이다.

갈등이 심화돼 법원에 넘어간 사건은 2015년 101건, 2016년 120건, 2017년 216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이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거나 학폭 피해자의 상처는 더욱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도교육청이 학교폭력갈등조정자문단을 도입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 시작됐다.

단순히 유·무죄만 가리는 방식은 학교폭력 당사자의 치유를 돕기 어렵다는 관점에서다.

실제 법조계에서도 유무죄만 가리는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면 가해자는 죄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피해자는 더 과장해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전문가 확충 등 개선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며 "학교폭력으로 다친 학생들을 더 많이 치유 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갈등조정자문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