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온 줄 … '진짜'에 속았다 
▲ '밀레'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하얀 벤치 상단에는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되었네'라는 기분 좋은 문구가 적혀 있다.
▲ '밀레'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하얀 벤치 상단에는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되었네'라는 기분 좋은 문구가 적혀 있다.

 

[오늘은 갤러리 내일은 공연장 … 문화가 함께하니 '더 좋은 곳']

"중세 서양화가들의 흐름을 보면 밀레 등장이전에는 왕족이나 귀족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일을 주로 했다면 밀레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던 농민들의 일상을 소재로 캔버스에 담아냈지요. '이삭줍기', '만종', '씨 뿌리는 사람' 등 우리에게 익숙한 대표작이 말해주듯 '농부의 화가'로 불리는 밀레의 작품처럼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서 가게 이름을 '밀레'라 지었어요."

인천 부평구 십정동에 있는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 '밀레'의 정광훈 대표는 "십정동은 인천에서도 문화 불모지와 같은 동네에요. 후미진 곳이라는 지역적인 이미지를 벗어내기 위해 실내외 인테리어나 테이블 배치 등을 세심하게 배려했어요"라고 말했다.

정 대표의 의도대로 '밀레'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건물외관은 시골학교의 느낌을 주고 홀의 한가운데는 유선형의 넓은 테이블이 자리잡고 있다. 천장에는 반짝이는 샹들리에가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고 한쪽 벽면에는 진공관 스피커에서 음악이 흐르고 벽면에서는 무성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편안한 휴식을 가질 수 있는 문화가 흐르는 공간을 가장 먼저 고려해서 테이블 사이사이 간격을 넓게 했어요. '밀레'를 찾는 분들이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숨고르기를 할 수 있도록 공간별 구성도 달리해서 머무는 테이블마다 각각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지요."

정 대표는 '밀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빈센트 반 고흐' 룸을 따로 꾸몄는데 이 룸에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그림이 벽면을 장식하고 좌식 공간이라 편하게 앉아서 식사하고 이야기 나누는 손님들이 주로 찾는다.

"단순하게 커피나 음료를 마시고 음식을 먹고 가는 곳이 아닌 문화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하는 칙칙하고 냄새나는 공간에서 갤러리로 활용하고 있어요. 두달에 한번 꼴로 새로운 작가를 선정해 초대전을 열고 있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요.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공연도 열고 있는데 요즘은 손꼽히는 재즈 뮤지션들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어요."

정 대표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요리 아카데미인 'ICIF'에서 공부하고 현지 레스토랑에서 근무했던 김양수 셰프를 초빙해서 주방을 맡겼다. '밀레'를 찾는 분들이 정통 이탈리아 음식을 맛보며 음악과 미술이 함께 하는 '더 좋은 날'이 되기를 기대한다.

100석의 좌석이 크고 작은 테이블과 룸으로 구성되어 있고 50대는 넉넉하게 주차할 수 있는 자체 주차장이 있다. 032-502-1600.




[믿고 먹는 정통의 맛 '그 집'의 추천메뉴]

▲ 트러플 풍기 루꼴라 피자
▲ 트러플 풍기 루꼴라 피자

 

●트러플 풍기 루꼴라 피자
이탈리아 최고의 요리 아카데미 'ICIF'출신의 김양수 셰프가 직접 요리하는 음식이라 만든 사람의 정성과 감성까지 엿볼 수 있다. 서양 송로버섯으로 알려진 '트러플'과 우리나라의 송이버섯에 해당하는 '풍기'의 향에 맛이 고소하면서 쌉싸래하고 머스터드와 같이 톡 쏘는 매운 향이 특징인 루꼴라가 오묘하게 조화를 이뤄 환상적인 맛을 내는 '밀레'의 시그니처 메뉴다.

▲ 스테이크
▲ 스테이크

 

●스테이크
'밀레'의 베스트 메뉴. 먹기 좋을 만큼 익힌 국내산 1등급 한우에 구운 가지와 토마토, 파인애플, 파프리카, 아스파라거스 등을 올려 비주얼과 맛을 모두 충족시킨다.

▲ 만조 풍기 파스타
▲ 만조 풍기 파스타

 

●만조 풍기 파스타
김 셰프 요리의 특징은 이탈리아 현지의 스타일을 그대로 살리는데 있다. 1등급의 소고기 안심인 '만조'와 풍기 버섯에 수확한 뒤 처음으로 짜낸 기름으로, 0.8% 미만의 산도를 지닌 최상품으로 신선한 향과 맛이 뛰어난 올리브유인 엑스트라버진 오일이 어우러져 프레시한 맛을 느낄 수 있다.

▲ 빼세
▲ 빼세

 

●빼세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이탈리아 요리. 김 셰프는 재료맛을 살리기 위해 인공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고 생 토마토를 갈아서 소스를 만든다. 다른 곳에서 하는 것처럼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을 내려 소스에 조미를 더하지 않는다. 큰 새우를 뜻하는 감베로니와 홍합, 바지락에 '밀레'에서는 갑오징어를 더했다. 육수가 맵지 않고 시원해서 숙취해소에 좋다.

▲ 티라미수
▲ 티라미수

 

●티라미수
맞춤형 나무 쟁반에 1인 1차로 세팅돼서 나오는 커피나 차, 또는 음료와 함께 맛볼수 있는 디저트. '밀레'의 수제 티라미수는 엄청나게 촉촉하고 보들보들해서 입에서 살살 녹는다.

 

▲ 문인화가인 봄날 이상연 작가가 십정동에 있는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 '밀레'를 찾았다.
▲ 문인화가인 봄날 이상연 작가가 십정동에 있는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 '밀레'를 찾았다.

 

[문인화가 봄날 이상연이 찾은 '밀레']

"문인화하면 대부분 사군자(四君子)라고 매난국죽(梅蘭菊竹)을 떠올리는데, 저는 해바라기를 통해 한결같은 마음, 지고지순함, 지속성, 연속성, 영원함을 담고 싶었어요. 제 삶도 두 아이의 엄마, 아내, 며느리, 딸로 해바라기처럼 한곳을 바라보는 하나의 마음 등이 해바라기와 비슷함을 느꼈어요. 제가 좋아하는 노란색을 통해 해바라기처럼 사람들과 소통하는 작품을 남기고 싶어요."

최근 지역내 소외계층을 도우려는 성금마련을 위해 '인천을 향한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부전시회를 가진 문인화가 봄날 이상연 작가가 인천 부평구 십정동에 있는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 '밀레'를 찾았다.

"이번 전시회는 인천을 사랑하는 분들로부터 시를 받고 저는 해바라기를 그려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콜라보 작업을 통해 나눔과 배려로 이어지는 전시회였는데 대부분 판매되어 수익금 전액은 모두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곧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질 예정이에요."

이 작가는 지난해 보통 '국전'이라 불리는 제37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문인화 부문에서 총 출품작 2042점 가운데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번 전시회도 대상 수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했다.

"지난해 '국전'에 출품한 제 작품을 보고 '이게 문인화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문인화의 경우 먹을 주로하고 꽃은 하나에 3~4가지 색상만 사용하니까 30여개의 색을 쓰는 제 작품에 대한 당연한 질문이지요. 저는 해바라기의 노란색만해도 하얀빛 노랑, 개나리 노랑, 거무튀튀한 노랑 등 옅은 노란색부터 진한 계열까지 최소 20개 이상을 써서 표현하고 있어요."

인천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졸업 후 바로 결혼과 육아에 매달리느라 작품활동을 접었던 이 작가가 9년 전 지금의 스승인 문인화가 초원 윤석애 작가를 만난 뒤 '필체가 아까우니 다시 시작하라'는 권유를 받고 떨리는 마음으로 붓을 잡게 됐고 인천시 미술대전, 대한민국 서예문인화대전, 제주 추사김정희 휘호대회 등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마음도 급했고 더 몰입했어요. 전국에 많은 공모전에 도전하며 수상실적을 쌓아서 인정받아야겠다고 생각뿐이었지만 국전에서 대상 수상은 정말 뜻밖이어서 얼떨떨했죠. 하지만 수상 후엔 큰 공허함도 있었어요. 수년간 공모전을 도전하며 전투적으로 살았는데, 국전대상을 수상하고 국전초대작가가 되고 나니 기분이 묘했고 허탈함이 밀려왔어요. 마치 큰 무대의 공연에 막이 내려진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이제 비로소 작가로서 진정한 무대가 시작된 건데 말이죠."

이 작가는 두 딸을 키우며 활동했던 학교의 학부모회장과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의 경험으로 인천시교육청 교육정책자문단 지도위원 등을 역임하고 인천교육사랑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문인화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순수예술의 가치를 재창조하는 미래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서 올해부터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에 진학했어요. 문화예술경영학이 제가 갖고 있는 구슬들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길을 열어주는 학문이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어요. 늦게 문인화를 시작한 것처럼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셈이죠."

이 작가는 인천대 선배인 '밀레'의 정광훈 대표가 레스토랑에서 클래식과 재즈 등의 공연과 미술 전시회를 이어오고 있어 '밀레'의 단골 손님이 됐다.

"피자, 파스타 등 '밀레'의 요리는 맛도 좋지만 제가 보기에는 음식 재료의 색감이 살아있는 느낌이어서 더욱 좋아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