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도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안전하게 걸을 수 있어야 한다. 지극히 상식에 속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림없다. 현대 도시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오히려 뿌리 깊게 구조화되어 있다.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경기도의 현실은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BF(Barrier Free)인증제'가 시행된 건 지난 2008년부터다. 이른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사람이 걷고 원하는 시설물로 접근하는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말한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BF인증을 받은 사례는 모두 4613건으로 민망한 수준의 숫자다. 다만, 늦었지만 시작했다는 의미를 되새길 필요는 있겠다. 하지만 문제는 인증된 사례 가운데 대부분은 공동주택이나 교육시설, 업무시설 등 건축물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일상적으로 사람이 다니는 거리에 적용하는 '보행' 중심 사례는 걸음조차 떼지 못한 상태다. 경기도는 도시 개발이 많은 곳이지만 BF도입을 최초로 시도하는 '선도 모델'조차 없다. 전국에서 가장 앞서가는 대전시의 경우 2011년 '중리 도시디자인 시범거리'조성사업에 BF인증을 한 것을 필두로 지난해는 보행분야 BF를 도입했다고 한다. 서울과 세종시, 대구 등 3개 지자체도 도입모델을 하나씩 갖고 있다. BF인증제를 시행한 2008년 이후 경기도에 생긴 신도시(택지개발지구)는 무려 41개에 이른다. 현재도 경기도에는 새로운 신도시가 꾸준히 설계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장애인을 차별하는 도시의 차별적 구조화는 더 고도화될 것임에 틀림없다. 알려진 바로 사업시행자들이 BF인증이 당연히 좋은 제도란 걸 알면서도 기피하는 이유는 단연 비용문제다.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돈이 더 들어가는 사업을 선호할 사업자가 어디 있겠는가. 다만, 돈 때문이라면 사람을 차별해도 어쩔 수 없다는 야만적 사고가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점은 끝내 아쉽다. 결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스스로 할 수 없을 때 강제하는 것은 불가피한 방법이다. 장애인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한 BF인증제, 이젠 의무화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