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봉희 송도소식지 주민기자

아름다웠던 날들 하면 온통 순수함으로 맑았던 20대 청년시절이 떠오른다. 그리고 내가 치렀던 7월의 숲속 결혼식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신부의 부케는 지천으로 피어있는 들꽃 묶음이었다.

신부의 면사포 역시 풀꽃을 엮어 만든 들꽃머리띠였다. 얼마나 곱고 예쁘던지 모두 감탄의 환호를 보냈다. 마침 신랑의 윗옷은 앞뒤로 구멍이 송송 나있는 남방이었다.

축하객들이 들꽃 한 송이씩을 꺾어 꽃아 보니 너무 멋진 예복이 되었다. 바이올린 웨딩마치에 맞춰 행진하는 신랑 신부 머리 위로 들꽃비가 쏟아졌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결혼식은 교회에서 청년회 활동을 같이 하던 친구들이 포도밭 원두막에서 즉흥적으로 고안해낸 게임 벌칙이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도 그때의 결혼식이 가슴 설레고 그리운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름다운 결혼식을 한 유명 배우가 있다. 원빈과 이나영의 청보리밭 결혼식이다. 강원도 정선 덕우리 근처 자신의 고향마을에서 가족, 친지와 소수의 지인만 참석한 소박한 결혼식이었다. 얼마 전에 지인의 딸 결혼식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예식장에 갔다. 버스를 기다리고 환승하다 보니 예상했던 시간보다 많이 걸렸다. 약 30분쯤 늦게 예식장에 도착했다. 마음 설레며 식장에 들어가니 웬걸 예식이 끝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참 황당하고 미안하고 은근슬쩍 화도 났다.

그것뿐이랴. 예식장 뷔페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실내가 얼마나 큰지 담아온 음식을 먹고 다음 음식을 가지러 가는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은 만족한 식사를 못하고 일행들과 더불어 돌아왔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러나 결혼식을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지켜보며 진정으로 축하해주는 하객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축의금 봉투를 접수하고 신랑신부 부모님과 인사를 나눈 후 식당에 가서 식사만 하고 간다. 해야 할 이벤트는 많고 시간은 촉박하고, 모든 것이 빨리 빨리 일사천리로 진행이 된다. 절친한 친구라지만 신부대기실에서 몇 마디 나누고 결혼식 끝나고 기념 촬영하면 끝이다. 누가 나에게 와서 무슨 인생의 참 말씀을 했는지 누가 나를 축하해 주러 왔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토록 북적대고 혼잡한 결혼식이 신랑신부의 새로운 삶에 진정한 방향키가 되는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인생 최고의 날에 남들과 똑같은 형식으로 똑같이 꾸민 장소에서 굳이 북새통 결혼식을 올려야만 할까.

굳이 야외가 아니라도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꿈결같이 멋지고 아름다운 결혼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나를 가장 잘 알고 삶의 어느 순간이나 함께 하고픈 사람들만 참석하여 신랑신부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즐기며 나누는 결혼식을 한번 생각해 보자. 맘껏 축복하고 맘껏 축복 받는 훈훈하고 따스한 결혼식, 하객들 가슴에 오래도록 한편의 아름다운 영화로 남을 나만의 결혼식을 가져 볼 일이다.

/임봉희 송도소식지 주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