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졸업식 인상적" … 늦깎이 배움터 이끈다
2005년 야학과 인연 … 차별없는 교육 앞장
국민대통합위 '생활 속 작은 영웅'에 선정
"학습 장소·운영비 등 해결할 일이 산더미"

"누구나 차별없이 교육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야학이 더 이상 필요 없을 때까지 학교 문을 열겠습니다."

노기현(66·사진) 청솔야간학교 교장은 18일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지금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청소년은 거의 없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학교 대신 노동 현장으로 갔던 40~60대는 많다"면서 "그래서 야학 대상자를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청솔야학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일과 가정을 지켜 온 성남인들의 배움터"이라며 "초·중·고졸 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대학을 졸업한 뒤 야학 교사를 하는 동문도 있다. 자신이 받은 혜택을 후배에게 되돌려 주기 위한 작은 실천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청솔야간학교는 1989년 대학생들이 청소년 노동자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 개교했다고 한다.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다. 수업료는 받지 않는다. 교사 25~30명이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과목을 가르친다. 늦깎이 학생(초등 16명, 중등 30명, 고등 22명)들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매년 초·중·고졸 자격 검정고시에 25여명이 합격하고, 대학에도 4~5명이 들어간다. 지금까지 모두 700여명의 검정고시 합격자를 배출했다. 성인문해교육기관(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학력인정문해교육기관(경기도교육청)으로 지정됐다.

청솔야간학교는 이런 공로로 2017년 국민추천포상 대통령상을 받았고, 노 교장은 2015년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생활 속 작은 영웅'으로 뽑혔다.

노 교장이 청솔야간학교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5~77년 대학 선배들이 문을 연 광주대단지(현 성남시 수정·중원구) 천막 야학에서 교사로 일했습니다. 서울 청계천에서 버스를 타고 성남야학에 다녔어요. 1993년 서울에서 분당새도시로 이사하고 천막 야학을 수소문하다 2005년 청솔야학 교사(국어)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교사로 시작해서 교장까지 승진한 것이죠."

37년 간 교사로 재직하다 은퇴한 그는 야학 졸업식 때 교복을 입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정규학교 처럼 수학여행과 체육대회, 백일장 등 다양한 체험 행사를 엽니다. 학생들이 졸업식 때 하얀 칼라에 까만 재킷과 치마 교복을 입고 하염 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인상에 남습니다. 뒤늦게 한글을 깨친 후 그 동안의 서러움과 한을 시화전 작품에 담은 것을 볼 때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는 야학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고민이다고 했다.

"학생과 교사는 넘쳐 납니다. 현재 교사 10여명이 대기하고 있고 공부하고 싶어도 몰라서 못오는 이들도 있습니다. 학습장소, 운영비 등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 처럼 쌓여 있습니다."

노 교장은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야학은 유용하다고 했다.

"초졸 미만 2만5000여명, 중졸 미만 6만여명이 성남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고졸 미만 통계는 없습니다. 이들의 교육권을 보장해 주려면, 앞으로도 수 십년이 더 걸릴지도 모릅니다. 야학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