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노하우로 '상생·소통 농협' 만들겠다"

조선시대 청백리 능성부원군 후손
1987년 농협 입사 … 줄곧 고향 지켜
"조합 건물, 역세권 이전 신축 계획"



"조선시대 대표 청백리 능성부원군의 후손답게 원칙을 지키며 정도를 걸으면서 곤지암 농협의 부흥을 위해 열정을 다 하겠습니다."

구규회(58) 곤지암농협조합장은 지난달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조합장으로 당선됐다. 그는 30년 동안 농협에서 갈고닦은 농협전문 노하우를 가지고 조합원들과 상생·소통하는 농협을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그는 어릴 때 소를 키우며 자랐고 지금도 밭농사를 짓는 농사꾼이다. 30년 동안 농협에서 잔뼈가 굵은 원칙주의자로 정도를 가면서 원칙을 지켜왔는데, 그 까닭이 남다르다. 조선시대 문무를 겸비한 청백리 재상으로 청렴·강직·공정했던 능성부원군 충렬공 구치관(具致寬·1406~1470)의 후손이라는 점을 잊지 않기 위해서란다.

그는 광주시 곤지암 열미리에서 나고 자랐다. 능성구씨 600년 세거지(집성촌)로 아직도 50가구가 살고 있다. 마을 뒷산엔 능성부원군을 비롯한 능성구씨 묘역이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잠시 고향을 떠났다가 1987년 농협에 입사해 근무하면서 줄곧 고향을 지켜왔다.

청정마을 열미리에도 개발바람이 밀려들어 각종 산업시설이 들어서면서 냇가에서 물놀이하던 옛 풍경을 잃어버려 제일 안타깝다고 한다.

'조합장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가 이런 제안을 받고 조합장의 꿈을 꾼 것은 2년 전이다. 곤지암농협 만선지점장으로 근무할 때였다. 그의 지점장실은 항상 열린 사랑방이었다. 조합원들은 농약이나 비료를 사려고 나왔다가, 농기계를 빌리러 왔다가 지점장실을 들렸다. 농사짓는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고민과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모르고 지내던 조합원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눴다. 음료수 대접은 그의 몫이었다. 지점장실은 자연스럽게 조합원들의 권익증진 방안과 농협의 발전방안을 논의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공론의 장이었다.

그는 조합원이 원하는 것, 조합이 나갈 방향을 그제야 알았다고 한다. 그때 조합원들이 조합장 출마를 권유했고, 조합원들에게 필요한 공약을 내걸어 응답받아 당선됐다는 것이다.

'조합원 행복타운 조성'을 첫번째 공약으로 내세운 그는 "조합건물을 곤지암 역세권으로 이전 신축해 금융과 마트, 복지, 문화시설을 완비할 계획"이라며 "특히 마트에는 로컬푸드와 조합원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시설로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참 순수하다. 연로하고 농지도 많이 줄었지만, 논농사는 손을 놓지 못한다. 그런 조합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조합원이 행복한 농협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 광주=이동화기자 itimes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