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익여고 무료강습 통해 선수육성
정구 종목 지역 기반 다지기 나서
▲ 서규재 인천시체육회 정구팀 감독.

▲ 서규재 감독과 학익여고 정구팀 선수들.

"일각에선 보장 없는 미래에 왜 투자하냐고 하죠. 하지만 최소한 인천 선수들의 실력 향상을 도울 수 있고, 나아가 잘되면 우리가 좋은 선수를 받을 수 있으니까 뭐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서규재 인천시체육회 정구팀 감독은 지난 3월부터 매주 3회(월, 수, 금) 오전 6시부터 7시40분까지 학익여고 정구부 학생들을 상대로 직접 무료 강습을 진행하고 있다. 돈을 받으면서 하기에도 힘든 일이지만, 서 감독은 이른 아침 무료 강습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유는 두가지. 첫번째 우리 인천 선수들의 실력 향상을 돕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지난해에도 소년체전 출전을 앞두고 있던 인천의 정구 꿈나무들을 지도해 줘 화제가 된 바 있다. 소년체전 정구 종목에서 인천이 아주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다 시체육회 정구 선수들과 함께 소년체전 인천 대표로 출전하는 초등부와 중등부 선수들을 지도했었다.

이를 두고 당시 인천 체육계 안팎에서는 격려와 찬사가 쏟아졌다. "실업 선수들이 지역의 꿈나무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소통·교류하려는 시도 자체가 훌륭하고, 다른 종목도 이를 따라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그는 올해 역시 바쁜 시간을 쪼개 소년체전 인천 대표 선수들에게 레슨을 해 줄 계획이다.

이처럼 평소 '인천의 정구 후배 선수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해 온 서 감독은 올해 좀 더 멀리보는 투자 및 봉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사회 진출을 앞둔 학익여고 선수들 훈련에 꾸준하게 도움을 주겠다고 결심한 것.

2011년 인천시체육회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1997년 학익여고 정구팀 창단 당시 초대 감독으로 부임해 오랫동안 이 학교 선수들을 가르쳤던 인연도 작용했다. 정효정 현 학익여고 정구팀 코치도 서 감독의 제자다.

처음엔 매일 아침 강습을 진행할만큼 의욕을 보였지만,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껴 지금은 주 3회만 진행하고 있다.

직접 강습을 하지 않는 화욜일과 목요일엔 미리 짜둔 훈련 프로그램을 줘 학생들이 스스로 훈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울러 그가 이렇게 헌신하는 두번째 이유는 이들이 성장해 나중에 인천시체육회 소속 선수로 활약해 줄 것을 기대하는 마음이다. 이는 어느정도 절박한 인천시체육회 정구팀 현실에 기인한다. 인천시체육회의 경우 타 지역보다 연봉이 크게 높은 편이 아니라 사실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올해 초 에이스 선수 한 명이 시체육회보다 약 1.5배 더 많은 연봉을 주겠다는 곳으로 이적했다. 높은 연봉을 주는 곳을 선호하는 선수들을 탓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 준수한 실력을 갖춘 선수를 데려오기도 힘들다보니 이렇게라도 어린 선수들을 키워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는 현재 3학년 없이 1·2학년 선수로만 구성된 학익여고 선수들을 상대로, 이들이 사회진출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인 최소 1~2년 동안 무료 강습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물론, 서 감독의 도움으로 이 선수들이 성장했다고 해서 나중에 꼭 인천시체육회와 계약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기량이 좋아질수록 인천시체육회보다는 더 좋은 조건의 팀을 찾아갈 가능성이 클 수 있다.

그럼에도 서 감독은 말한다. "이 선수들이 자라 나중에 꼭 인천에서 실업생활을 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죠. 그래도 감수하고 하는겁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절실함이죠. 나중에 우리 팀에서 뛸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차피 이 아이들의 근본은 인천 출신 선수 아닙니까."

강화도 출신으로 인천 정구 발전에 모든 것을 쏟아붇고 있는 그는 마지막으로 작은 바람 하나를 털어놨다.

"현재 정구팀을 보유하고 있는 초·중·고교는 주로 남구와 연수구에 몰려있습니다. 그런데 가좌동 연습장은 너무 멀고, 또 문학동 코트는 주택가 인근이라 소음 민원이 종종 들어와 훈련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린 선수들이 마음놓고 운동할 수 있도록 선학하키경기장 주변에 전용 코트가 생겼으면 하는 게 제 소원입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