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논설위원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가 가장 기다려졌던 이유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선물 때문이었다. 말을 안들으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준다는 얘기에 크리스마스 며칠 전부터는 순하고 착한 어린이로 변해 있기도 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거리에 넘쳐나는 성탄 캐롤과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고 여유롭게 해줬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15세기 즈음 유럽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의 한 지역에서 크리스마스에 색종이로 만든 장미꽃이나 사과, 사탕 등을 장식한 나무를 세우고 이를 이웃과 나누면서 유래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처음 선보인건 1886년이다. 지금도 크리스마스 때만 되면 전 세계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져 환한 불빛으로 어둠을 밝힌다. 이렇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트리의 나무로 우리나라 구상나무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의외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세계적인 희귀종이다. 이 나무가 세계로 알려지게 된 것은 1898년 우리나라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프랑스 출신 '에밀 타케(Emile Joseph Tequet)' 신부에 의해서다. 1902년 제주도 서귀포 성당의 주임 신부로 부임한 그는 선교활동과 함께 한라산에서 자라는 식물을 연구하던 중 발견한 구상나무 표본을 프랑스를 비롯한 외국으로 보냈고, 그곳의 식물학자들에 의해 수십 종의 개량종이 개발돼 미국과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 ▶세계적인 휘귀종으로 우리나라 제주도와 지리산 일부에만 살고 있는 구상나무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녹색연합이 최근 3년간 국립공원 등의 고산침엽수 실태를 모니터링한 결과 남한 최대 구상나무 서식지인 한라산 군락의 90% 가까이가 고사상태이며 지리산에서도 집단고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 구상나무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구상나무 보호를 위해 국제멸종위기종 목록에 등재하고 2013년에는 멸종 '위기(EN)'로 지정했다. 하지만 우리는 개체 수가 적지는 않다는 이유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조차 해 놓지 않고 있다. 지난 주 강원도에서는 큰 산불이 나 여의도의 2배 가까운 면적의 산림이 불에 타는 등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냈다. 식목일에 새로 나무를 심고 키우는 것 못지 않게 있는 것을 잘 보호하고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마음 속에 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