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세 아파트인데 제각각 … 급등 지역 불만
정부 기준공개 無 … 하향 조정·제도 정비 목소리
▲ 화성시 동탄2신도시 A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공동주택 공시가격 의견서 제출 안내문.

국토교통부가 산정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비슷한 시세의 아파트 단지임에도 단지마다 공시가격이 제각각인데다 구체적인 산정 근거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시가격 인상에도 불구 산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공시가격이 급등한 지역의 주민들은 지나친 행정 편의주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당사자에게라도 시세와 산정 절차를 공개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공시가격 산정 형평 논란

국토부는 지난 4일까지 공시가격 열람과 이의신청 접수를 받았고, 이를 토대로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30일 최종 공시가격을 공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한 지역 주민들이 공동주택 공시가격 의견 청취(이의신청) 마감일을 앞두고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일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이의신청 방법 안내문을 동별 입구와 엘리베이터에 게시하거나 단체 서명을 받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섰다.

화성 동탄2신도시의 A아파트 입주민 이모(51)씨 "인근 아파트 단지들은 비슷한 위치에 KB시세도 같은데 우리 아파트 단지만 공시가격이 5000만원 정도 더 높게 책정됐다"면서 "같은 시세로 형성된 아파트마다 공시가격이 차이가 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처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토부는 앞서 KB시세가 6억4000만원인 A아파트 전용 73.40㎡의 공시가격을 4억5900만원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인근에 위치한 B아파트 전용 75.02㎡는 KB시세가 6억4000만원대로 A아파트와 비슷한 가격대로 형성돼 있지만 공시가격은 3억9300만원으로 5000만원 가량 낮게 산정돼 있다.

인근의 또다른 C·D아파트 역시 전용 74.30㎡의 KB시세가 6억1000만원이지만 공시가격은 4억600만원으로 책정됐다.

B아파트 입주민 김모(45)씨는 "우리 아파트는 아니지만 예정 공시가격이 비슷한 시세의 아파트마다 다르게 산정된 걸 보면서 국토부 추진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게 됐다"며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부세 등 과세근거가 되는 만큼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과천시 "공시가격 하향해달라"
이런 가운데 과천시는 지난 4일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에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하향 조정해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과천시는 국토부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2019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에서 전년 대비 가격 변동률이 23.41%로 전국에서 가장 높게 오른 곳이다.

과천시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며, 지난 3월 말 기준 발표된 감정원의 주택가격 동향조사를 인용해 과천지역 내 재건축 및 재건축 예정 단지 아파트 가격이 오히려 지난해 대비 1.94%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류신환 과천시 세무과장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인상되면 보유세, 지역 건강보험료 등이 줄줄이 인상돼 연금 생활자와 고령 인구가 많은 과천 인구의 특성상 생활자금 추가 지출로 가계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면서 "현실성 있는 조정을 통해 시민 생활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산정 … 제도 정비 목소리

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올리면 주민들은 이에 따른 보유세 인상을 7월 고지서가 통보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납세자인 집주인의 이의신청 절차가 있지만 결과만 알려줄 뿐 자세한 설명이 없어 정보공개 차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투명하게 정보공개를 할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관련 제도를 정비해 행정의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한 대학교수는 "국토부와 감정원이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공시가격을 산정해 공시하면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면서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가 수십년 흘렀지만 정보공개 등 관련 제도는 정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식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화성시동부지회장은 "정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과 관련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데도 인상 근거마저 공개하지 않은 탓에 주택 소유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공시가격은 납세자 재산권과 연결되는 정보인만큼 최소한 당사자에게라도 시세 및 산정 절차를 공개하는 것이 법 취지에 맞는다"고 말했다. /이종철 기자 jc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