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허문 공공조형물 4개
심의 무시 '날치기 철거'도
건립부터 꼼꼼한 체계 필요

인천지역 곳곳에 설치된 공공조형물이 '예산 낭비'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10여억원의 사업비가 든 조형물들이 지자체가 관리를 포기하거나 흉물로 전락했다는 이유로 고철 덩어리 신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조형물 건립·철거 여부를 따지는 심의 절차를 무시한 채 멋대로 철거한 사례도 있어 인천시 차원의 근본적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시에 따르면 1월7일부터 2월28일까지 공공조형물 건립 및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인천지역 공공조형물은 모두 384개로 집계됐다. 이 중 4개는 최근 1년 사이 철거됐거나 철거될 예정으로 파악됐다.

가장 최근 사라진 공공조형물은 2007년 부평구와 경기 부천시 도로 경계선에 설치된 '웅비나래'다. 이 조형물은 당시 사업비 6억2600만원을 투입해 인천이 새롭게 도약하는 모습을 아치형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러나 관리 주체인 부평구는 조형물에서 한쪽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마감재가 부식되는 문제와 관련해 "유지·관리비가 많이 든다"며 지난달 23일 철거를 단행했다. 철거비용으론 2200만원을 썼다.

부평역 광장 조형물 '씽씽부평'도 지난해 6월 헐렸다. 2000년 인천지하철 1호선 개통 기념으로 3억원을 들여 제작한 이 조형물은 부평구의 광장 정비 사업으로 철거됐다.

2008년 송도국제도시 진입로에 설치됐으나 오랫동안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방치된 송도1교 전광판 탑도 작년 11월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경제청이 사업비 16억원, 철거비용 2800만원을 쏟아 부은 이 조형물의 철거 명분은 안전 등급 E등급(불량) 판정이었다.

더 큰 문제는 공공조형물 철거 심의를 받지 않은 채 '날치기 철거'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인천시 공공조형물의 건립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는 공공조형물을 건립하거나 철거하기 전 시 공공디자인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남동구가 소래포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2003년 소래대교 사거리에 건립한 아치형 공공조형물도 인근 신축 아파트 진입로 설치와 소래대교 확장 등을 이유로 전달 14일 긴급히 철거됐다. 이 과정에서도 심의 절차를 무시하고 철거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주변 환경과 사후 관리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건립된 공공조형물들은 시간이 지나 흉물로 전락해 시각 공해를 일으킨다"며 "설립 단계부터 꼼꼼히 살피는 행정 체계를 갖춰 이런 조형물들이 난립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