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산소극장 찾은 '416가족극단'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공연
천박한 세상 속 情 그린 소동극
'세월호 엄마'들 직접 무대 올라
▲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공연의 한 장면. /사진제공=416가족극단 노란리본

▲ 영화 '생일' 포스터.

눈을 질끈 감아도 분노는 쉬이 가시지 않는다. "왜"라는 질문만 수 십, 수 백번 되내었다. 돌아오는 "답"은 생뚱맞고, 의심만을 부추긴다. 그날, 뼈속까지 스며든 상처는 나라에 대한 원망으로 겨우 사그러들었다.

2014년 4월16일, 어떻게 잊을까. 5년이 지난 2019년 4월16일에도 세월호 진실은 팽목항 찬 바닷 속에서 건져 올리지 못했다.

지난 3일 미추홀구 학산소극장에서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가 공연됐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두 번째 연극으로, 배우는 실제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의 엄마들이다. 8명 배우의 대사와 몸짓이 더해져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코믹소동극이다. 그러다 무대에 오른 그들이 어렵게 버텨내고 있을 세월호 엄마들이란 사실을 떠올리며 머쓱해진다.

안산의 한 연립주택, 이 곳은 불완전하다.

그 중 104호 세월호 유가족 신순애집. 이웃들은 104호 때문에 "불편하다"를 연신 내뱉고, 새로 이사온 103호 김영광 할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부녀회장과 동네주민은 104호를 은근히 따돌린다. 김 할아버지는 '닭죽'으로 동네를 치유한다. '닭죽'은 나보다 너를 위한 음식, 가족이 빙둘러앉아 정을 나눠먹는 음식이다.

104호의 굳게 닫힌 문이 서서히 열리고, 이웃들도 104호를 보듬는다.

비수가 된 대사, 무대 위 언어는 현실적이다.

"TV도 안 봤어? 그 사람들 몇 억씩 받았다고 하잖아. 10억인가, 20억인가.", "누구는 돈이 없어 난린데, 누구는 돈벼락 맞고 좋겠어." 아픔은 생각치 않고, 부스러기 같은 보상에만 눈이 먼 천박한 세상 물정. 세월호 침몰을 교통사고에 비유하는 발상은 또 어떤가.

관객과의 만남에서 배우들은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그리고 '기억해주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나타냈다. 64회째 막이 오른 이날 공연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 극단의 세 번째 무대 '장기자랑' 준비가 한창이다. '장기자랑'은 또 어떤 웃음으로 국민을 보듬을까. 며칠 전 드러난 세월호 CCTV 저장장치 의혹은 더욱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밝혀내야 할 이유가 됐다.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 설치를 위한 국민 청원이 한창이다.

같은 날 영화 '생일'이 개봉됐다.

설경구·전도연이 주연을 맡고, 이종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남은 가족들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왜곡된 눈초리를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 하기에 마음을 닫고 스스로 현실의 문에 박는다. 담담하지만 진정성 있는 연기는 마음 속 짙게 깔려 들춰내기 두려운 아픔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떠난 이를 기억하며 웃고 울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더한다. 1년에 단 하루, 널 위해, 우리 모두가 다시 만나는 날. "영원히 널 잊지 않을게."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