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

"기자 아저씨!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아까 전투기가 엄청 낮게 날아갔어요. 우리는 추락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헤헤헤."

화성시 병점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전투기 소음피해'가 주제인 취재와 알맞게 당시 이 학교 주변 상공으로 끊임없는 굉음이 발생했다.

일정 간격으로 1대씩 출몰하던 전투기는 어느 땐 2대 이상의 편대비행을 하기도 했다. 높이가 얼마나 가까웠냐면, 기종 파악은 물론이고 조종석이 살짝 보일 정도였다. 마치 군에서 마련한 에어쇼를 본 것 같다는 표현이 적당하겠다. 천둥을 몰고 온 듯 요란한 소리를 내는 전투기에 빼앗겼던 시선을 다른 데 돌려봤다.

교실 창문 너머로 수업이 한창이었다. 아이들이 선생님과 책을 쳐다보며 '열공'중이었다. 운동장에는 친구들과 뛰어노는 아이들이 있었다.

"이런 비정상적인 환경이 있나?" 당연한 의문이 떠오를 때 즈음, 5~6명 무리를 지어 노는 아이들이 보였다. 대체 공부며 생활이며 어떻게 하는지, 당사자 입장을 물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의외로 대범했다. 머리를 땋은 한 아이는 오늘 전투기가 학교와 가깝고, 낮게 날아 마치 학교로 추락하는 줄 알았다고 농담을 놨다. 다른 아이들도 옆에서 해맑게 웃으며 "기자 아저씨 전투기 처음 보셨냐. 별거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각한 표정을 지었던 기자를 무안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피해가 없는 건 아니었다. 아이들에게 전투기 때문에 힘든 점을 질문했더니 이구동성 "선생님과 공부하거나, 친구와 말할 때 소리가 안 들린다"고 말했다.

분명 불편함이 있다는 말인데, 대체 아이들은 어찌 아무렇지 않게 지낼까. 이에 대한 답도 아이들에게 찾을 수 있었다. "어차피 전투기는 쫓아내지 못해요! 잠시 귀 막으면 돼요!"

그랬다. 아이들에게 어느새 피해가 당연해진 것이었다. 수원시와 화성시에 걸친 군공항으로 두 지역의 30여개 학교가 전투기 소음 영향을 받고 있다. 유치원, 어린이집을 합치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군 작전상 전투기 훈련은 예고도, 언제 끝날지도 통보를 안 한다. 시끄러우면서도, 불안한 환경에 수만명의 아이들이 있다.

이는 교육의 권리를 비롯해 인간이 갖는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법이 없다고, 지역에 한정된 일이라고 방치해왔다.

국가에 묻고 싶다. 아이들의 교육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면서, 아이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