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손주들에게 보내는 그림편지
▲ 이찬재 그림·안경자 글, 수오서재, 296쪽, 1만4800원.


"어떤 때는 눈앞에 놓인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무척 힘들고, 벅차고, 피곤하기만 했을 때가 있었지. 그런데 여기 서서 돌아보니까 모든 순간이 아름다웠더라. 찬란했더라. 참으로 삶은 아름다운 것이었더라. 너희에게 꼭 이 말을 해주고 싶었어."(저자의 말 '나오며' 中)

저자들은 1942년에 태어나 교사를 지내다 스물여섯의 나이로 결혼해 1남 1녀를 두었고, 1981년 브라질 썽빠울로로 이민을 갔다. 2015년부터 한국으로 돌아간 두 외손주를 그리워하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고, 이 내외의 편지는 순식간에 전 세계 사람의 마음에 가닿았다.

BBC, NBC, 가디언 등 해외 유력 매체들의 뜨거운 관심과 극찬이 이어졌고, 현재까지 전 세계 35만 인스타그램 구독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2017년, 손주들의 부름에 36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노부부는 이제 전 세계에 흩어진 수십만 명의 손주들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그들의 진심 어린 글과 그림은 불안하고 막막한 세상이지만, 한 걸음 더 내디뎌보라는 작지만 단단한 응원이 되어줄 것이다.

삶이 계절이라면 우리는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을까. 우리에게 몇 번의 계절이 남아 있을까. 인생이라는 사계절을 묵묵히 지나온 저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불확실하고 빠르게 변하는 지금을 사는 모든 이에게 묵직한 위로가 되어준다. 반복되는 일상을 지키며 살아가는 지친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언덕이 되어준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그림들과 함께 할머니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이야기로 가득하다. 흘러가는 구름에서 지나는 시간을 발견하고, 우연히 마주한 노인의 지난 세월을 헤아리고, 멸종 위기의 동물을 보며 우리의 내일이 절대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기도 한다. 하지만 책의 정수는 그 일상 곳곳에서 묻어 있는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특히 할아버지와 어린 손주가 함께하는 글과 그림에선 형용하기 어려운 뭉클함이 밀려온다. 각 계절 사이사이 할아버지가 그리고 쓴, 할아버지만의 이야기도 담았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여행, 부모님, 우리가 겪지 못한 시절의 이야기들은 할머니와는 또 다르게 투박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이 책은 불안하고 막막한 세상이지만, 한 걸음 더 내디뎌보라는 작지만 단단한 응원이다. 이제 와 돌아보니 매 순간이 찬란했더라는 다정한 고백이다. 우리가 겪어야 할 숱한 계절들이 온전하길 바라는 노부부의 뜨거운 연서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