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동고동락 … 병마도 이겨낸 '봉사의 삶'
▲ 봉사의 즐거움으로 암을 이겨내며 나눔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동갑내기 서상철(오른쪽)·김길순씨 부부.

아내, 투병 후에도 '봉사 생활' 계속
만류하던 남편 결국 허락 '뒷바라지'
부부 "행복하게 살아요" 두손 꼬옥




"봉사의 즐거움과 남편의 그림자가 있었기에 암을 이겨낼 수 있었어요."

포천 이동면에 거주하고 있는 김길순(64)씨는 '봉사왕'이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항상 남편 서상철(64)씨가 그림자처럼 붙어 다닌다.

동갑내기인 이들은 지난 1980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40여 년을 함께 살면서 고비도 있었지만 나눔 봉사를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김씨는 직업군인이었던 남편을 따라 결혼한 지 2년 만에 서울에서 포천이란 낯선 곳으로 이사를 왔다. 캄캄한 앞날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러나 이들에게 어두운 곳에서 희망을 준 것은 봉사였다. 이들은 봉사활동을 천직으로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얼굴엔 항상 미소가 가득하다.

이 곳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것처럼 행복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이들은 봉사를 시작하면서 인생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꼈다고 말한다. 김씨는 지난 1987년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지역에서 새마을부녀회와 부녀회장 등을 맡아 소외된 이웃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남편 서씨는 운전을 못하는 아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이들은 소외된 이웃을 위해 도시락 봉사, 청소 봉사, 농가 일손 돕기, 목욕 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그러나 이들에게 또 다시 불행이 다가왔다.

지난 2008년 김씨는 유방암(2기) 진단을 받았다. 가족들은 청천병력 같은 병마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이때 가장 힘이 됐던 것은 남편이었다.

전역을 앞둔 서씨는 가족들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가 없었다. 퇴근 후엔 병원으로 달려가 아내를 돌봐야 했다.

서씨는 "절망보다는 희망을 먼저 생각했어요. 아내가 항상 밝은 생각으로 봉사활동을 하기 때문에 이겨낼 것이란 믿음이 있었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부부의 힘은 대단했다. 김씨는 7년여 동안 병마와 싸워 이겨냈다. 완치는 아니지만 지금은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많이 호전됐다.

남편은 병마를 이겨낸 아내가 기특하고 고마울 뿐이다. 그런데 아내가 또 남편을 힘들게 했다. 서씨는 큰 수술을 받은 아내가 자원봉사를 계속하면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생각에 봉사활동을 만류했다.

그러자 김씨는 "유방암이라는 아픔을 한 번 겪고 난 후 인생이 한 번 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고, 앞으로 나눔 봉사를 통해 재밌게 즐기고 싶다"고 남편을 설득했다.

결국 서씨는 아내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아내가 걱정됐다. 그런데 봉사활동을 하지 말라고 하면 이혼하자고 할까봐 결국 허락했어요."

이들은 "우리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봉사하면서 행복하고 즐겁게 함께 살아요"라면서 두 손을 꼭 잡고 다짐했다.

/글·사진 포천=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