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위원

1980년대 5공화국 시절, 수습을 마친 기자들에게는 문화공보부로부터 프레스 카드가 발급됐다. 그 다음은 전국의 신참기자들을 한데 모아 언론기본교육을 실시했다. 주변으로 남한강이 흘러가는 양평의 언론연수원(현 코바코연수원). 모처럼 경찰출입의 고된 일상에서 풀려난 새내기 기자들에게는 해방구였다. 저녁이면 인근 마을의 주막으로 몰려나가 매운탕으로 술을 마셨다. 그때만 해도 양평은 군부대가 좀 많은 농촌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양평 지역경제에는 좀 기여를 한 언론연수였다. ▶옛 내무부 시절부터 지방행정연수원은 수원시 파장동에 있었다. 이곳서 멀지 않은 곳에 살던 터라 아는 공무원들이 연수를 오면 파장동으로 불려가곤 했다. 저녁이 되면 공무원 연수생들로 파장동 일대가 불야성이었다. 한 지인 공무원은 "파장동은 노래방까지도 물이 다르다"고 했다. 2013년 전북혁신도시로 옮겨가면서 전성기도 막을 내렸다. 이제 파장동엔 경기도인재개발원 간판이 걸려 있다. ▶지난 주 난데없이 경기와 전북간에 긴장상태가 빚어졌다. 경기도가 지방5급 승진 후보자 교육을 전북의 지방자치인재개발원으로 보내지 않겠다고 해서다. 이제부터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교육하겠다는 것이다. 원정교육에 따른 시간·비용 부담, 교육대기에 따른 인사업무 적체 등이 이유다. ▶반면 전북에서는 난리가 났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연일 행정안전부를 찾아 '불가'를 외쳐대고 있다. 전북 완주군 이서면의 하숙집·음식점들도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연간 8000명의 공무원 연수생 중 기숙사 부족으로 4000명 정도가 인근에서 하숙을 한다고 한다. 전북도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6주간 공무원 한명이 300만원 정도를 쓰고 간다고 한다. 지난해 이곳에서 5급 승진자 교육을 받은 공무원 3858명 중 611명(15.8%)이 경기도 소속이었다. 더 걱정하는 것은 앞으로 제주도·경상도까지 '이탈 도미노'에 참여할까 봐서다. ▶언제부턴가 법원, 검찰, 경찰, 세무서까지 지역유치 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보다 손쉽게 수사 받고 재판 받고 싶어서가 아니다. 보다 가까이서 세금을 더 내고 세무조사를 받고 싶어서도 아닐 것이다. 그 기관과 공무원들이 뿌릴 돈에 대한 기대심리다. 이러다간 교도소까지 유치 대상이 될지 모르겠다. 과거 달러를 벌기 위해 열사의 사막으로, 얼어붙은 북양의 바다로 내닫던 한국인의 DNA는 더 이상 찾아 볼 수가 없다. 이제는 '세금의존 지역경제 개발'이 지역갈등을 빚어내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