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내두른 건 잘라라 … 홍어 '그것' 떼듯

 

▲ 가슴(감)을 칼로 베어(乂예) 문신을 하니 얼마나 흉악(兇흉)한가? /그림=소헌

 

대중가요 '무기여 잘 있거라'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는 금지곡이었다. 제목이 문제가 된 것인데, 그래서 '남자여 잘 있거라'로 고쳐서 음반을 냈다. 세상이 변하면서 금지곡이라는 굴레에서 풀렸고 제목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30대 남자가 열 살짜리 어린 여자아이에게 몰래 술을 타 먹이고 성폭행 한 후 주둥이를 열었다. "우리가 합의한 성관계였어요. 제발 증인을 재판석에 불러 주세요."

별장에서 성性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전前 법무부 차관이 한밤중에 비행기를 타고 태국으로 나가려다 출국금지를 받았다. 누구인지 뻔히 보이는 성관계 영상이라 감정할 필요가 없어 경찰은 그를 송치했지만 검찰은 식별이 불가능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꼬리에 꼬리를 문 버닝썬, 승리, 정준영, 몰카, 성폭행, 성접대 그리고 돈과 권력의 유착癒着.

수놈 홍어의 생식기는 두 개가 한쌍이 되어 꼬리 양쪽으로 길게 늘어져 있다. 어떤 녀석들은 무려 15㎝ 이상 된다 하니 바다에서는 능히 이 녀석을 상대할 물고기가 없다. 그것도 2개씩이나.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홍어에 대한 설명이 있다. 홍어가 교미를 할 때 수놈은 날개에 달린 가시를 암놈의 몸에 박아 놓는다고 한다. 그래서 암놈이 낚시에 걸리면 수놈도 같이 따라 올라오게 되는데, 이때 수놈의 그것을 떼어 배 밖으로 던진다. 이렇게 해서 '만만한 게 홍어 모(?)'라는 유래가 되었다.

흉기작별(凶器斫別) '만만한 게 홍어 모 떼기'라는 4자속담이다. 홍어 생식기는 크기만 했지 쓸모가 없어 잡기만 하면 떼어낸다는 뜻이다. 함부로 내두르는(?) 자들을 경계하며 아예 딴 생각을 하지 못하게 거세去勢 시키는 것을 말한다. 흉기는 사람을 죽이거나 해치는데 쓰는 연장이니, 이것을 베어 내버리며 작별作別 인사를 하는 것이다. "흉기여 잘 가거라!"

 


▲凶 흉 [흉하다 / 흉악하다 / 해치다]
1. 가슴(감)에 칼로 베어(乂예) 흉악한 문신(文)을 새겨 넣는다. 그래서 []으로도 쓴다.
2. 匈(흉할 흉)은 가슴에 흉한 문신(凶)을 하고 옷을 덮었으니(포) '오랑캐 흉'이라고 하면 안 된다.

▲器 기 [그릇 / 도구 / 무기]
개고기(犬견)를 그릇 네 개(口+口+口+口)에 나누어 담은 모습이다. 참고로 개가 울어야 할 때는 단 한 번, 개(犬)에게서 밥그릇(器기)을 빼앗으면(口+口) 그때야 비로소 통곡(哭곡)한다.

▲斫 작 [베다 / 자르다 / 찍다]
인류는 처음에 돌(石석)을 갈아 도끼(斤근)를 만들었고 이것으로써 나무를 베고 찍었다.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사형폐지 국가다. 하지만 때때로 흉악범에 대한 사형 찬성 의견이 고개를 든다. 인륜을 저버린 흉악한 인간들의 목을 자르기는 어렵지만 가두어 두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살려두어서 돈이나 빽으로 기어나오는 꼴은 더 보기 흉(兇)하다. 목을 자르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흉기(?)라도 잘라 버려야 한다.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