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7억 들인 관광명소 '방치'
"즐길 콘텐츠 필요" 지적도
▲ 26일 '류현진 야구 거리'에 있는 류현진 영상 전시물은 글자 스티커가 떨어지고 먼지로 뒤덮여 있다.
▲ 26일 '류현진 야구 거리'에 있는 류현진 영상 전시물은 글자 스티커가 떨어지고 먼지로 뒤덮여 있다.

 

26일 오전 10시쯤 인천 동산고등학교 옆 '류현진 야구 거리'. 인적이 드문 거리에는 안내판과 조형물만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인 두 번째로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선발 등판하는 류현진(32·LA 다저스)의 명성이 무색했다. 류현진 거리에서 만난 손기훈(69)씨는 "류현진 이름만 붙여 놓았을 뿐 예전 사진과 몇몇 사인 용품이 전부"라며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동구가 관광 명소로 만든다며 수억원을 들여 조성한 류현진 야구 거리가 방치되고 있다.
잇따라 훼손되는 설치물을 보수하는 데 급급하고, 연계 사업도 없어 관심에서도 멀어지는 신세다.

이날 류현진 거리를 찾아가보니 안내판은 색이 바랬고, 캐릭터 조형물은 얼룩과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류현진 선수가 직접 찍은 핸드 프린팅에는 흘러내린 녹물 자국이 선명했다. 영상 전시물 글자 스티커는 떨어지고 페인트도 벗겨진 상태였다. 최근에는 투수 류현진 조형물의 손이 떨어져 구가 긴급 보수하기도 했다.

구는 지난 2016년 7억5000만원을 들여 류현진 선수 모교인 동산고 주변에 야구를 주제로 한 거리를 조성했다. 1.2㎞ 길이의 이 거리에는 조형물과 안내판, 전시 공간 등이 놓였다. 당시 구는 "류현진 거리가 동구 관광 사업에 초석을 다지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류현진 거리는 3년이 지나도록 이런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동구 주민 이모(66)씨는 "조형물을 설치만 해놓고 지속적인 관리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본다"며 "관광 활성화 효과도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 김모(59)씨도 "단순히 시설물만을 보려고 류현진 거리를 찾는 관광객은 없을 것"이라며 "명소가 되려면 보는 것만이 아닌 즐길 거리도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구 관계자는 "올해 200여만원을 들여 3차례 보수했다. 앞으로도 부분 수리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류현진 선수의 활약을 지켜보며 거리 콘텐츠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