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어순 오류로 의미 알 수 없게 새겨 … 부끄러운 행정"
의정부시가 안중근 의사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설치한 동상 글귀에서 일부 오류가 발견됐다.
이를 발견한 시민단체는 성의 없는 시 행정을 비판하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오류를 바로잡아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시민단체 버드나무 포럼은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시가 역전 근린공원에 설치한 안중근 의사 동상의 글귀의 어순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동상 아래에는 안중근 의사가 심경을 담아 한문과 한글로 쓴 글(장부가)이 있다. 이는 시가 지난해 5000만원을 들여 새겨 넣은 것이다.
이를 자세히 보면 '쥐도(鼠竊)적 00이여 어찌 즐겨 목숨을 비길고'라는 글귀가 있다. 여기서 '00'은 이토히로부미를 뜻한다.
안 의사는 한문 장부가에서 '쥐 서'자와 '훔칠 절'자를 써서 '鼠竊 00'으로, 한글 장부가에서는 '쥐도적 00'으로 표현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는 '쥐도적'만 쓰던가, 그 뒤에 한자 '鼠竊'를 넣어 설명해야 맞다고 주장한다.
버드나무 포럼 관계자는 "어순이 틀리다 보니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며 "안중근 의사 동상에서 이런 오류가 생긴다는 건 무성의한 행정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
버드나무 포럼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의 민원을 넣었다.
시 관계자는 "내용에 오류가 있는 건 아니다. 한자 표기상 어순이 잘못됐다"며 "조만간 이를 고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시가 설치한 안중근 의사 동상(청동상)은 하얼빈 의거 직전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길이는 3.7m, 높이는 2.5m다.
시는 지난 2015년 중국 차하얼학회·한국국제교류원과 협의해 이 동상을 의정부 지역에 설치키로 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설치에 난항을 겪었다. 그러다 지난 2017년 5월 동상을 들여와 설치한 뒤 이듬해 11월 제막식을 열었다.
/의정부=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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