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안죽였다"
책임전가 양상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의 부모살해 사건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중국 동포 공범 중 1명이 '살인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앞서 구속된 피의자 김모(34)씨의 진술과 상반되는 것으로, 서로 범행에 대해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여서 경찰의 사건 진상파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24일 경찰과 중국 동포 A(33)씨의 지인 등에 따르면 사건 당일인 지난달 25일 밤 중국 칭다오로 달아난 A씨는 최근 "우리는 하지 않았다. 억울하다"는 메시지를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위챗)을 통해 국내에 있는 지인에게 보냈다.

A씨는 "경호 일을 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황급히 중국으로 돌아왔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내용은 없지만, 메시지 행간을 살펴볼 때 '살인'에 대해 부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A씨 등의 주변인 조사 과정에서 최근 A씨로부터 이러한 메시지가 온 사실을 파악했다.

이 메시지 내용은 사건 관련자로 유일하게 붙잡힌 김씨가 "내가 아닌 공범들이 이씨의 아버지를 둔기로 내려치고 이씨 어머니의 목을 졸랐다"고 주장해 온 진술과 배치된다.

명확한 진상파악을 위해선 공범 3명의 검거가 필수적이지만, 이미 경찰 수사망을 빠져나가 현재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찰은 또 지난 21일 김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김씨가 범행 당시 신었던 혈흔 묻은 신발과 피해 차량 키 등을 압수했다.

한편, 김씨는 A씨 등 3명을 고용해 지난달 25일 오후 안양에 있는 이씨 부모의 아파트에서 이씨의 아버지(62)와 어머니(58)를 살해하고, 5억원이 든 돈 가방을 훔친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두 사람의 시신을 각각 냉장고와 장롱에 유기하고, 범행 이튿날 오전 이삿짐센터를 통해 이씨 아버지의 시신이 든 냉장고를 평택의 창고로 옮긴 혐의도 받는다.

공범 3명은 사건 당일 오후 6시10분쯤 범행 현장에서 빠져나와 항공권 3매를 예약하고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 칭다오로 출국했다.

경찰은 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해 중국 공안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면 국제사법공조를 거쳐 이들을 국내로 송환할 방침이다.

/김장선 기자 kj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