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 매각 여부를 놓고 지역 사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인천항만공사(IPA)가 어시장·오피스텔 용도로 터미널 건물과 토지를 팔겠다고 하자, 인천시·옹진군·항만업계가 이를 반대하면서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반대 측은 항만시설 기능을 유지하며 미래 남북한 여객 및 물동량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IPA는 지난 5년간 지역 주민과 논의해 결정한 사안인데다, 남북 현안을 대비하기엔 너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굳히고 있다.

기관 사이 이해관계로 문제가 꼬이는 가운데, 인천항의 미래를 위해 가장 적합한 방향이 무엇인지 선택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관련기사 3면

24일 IPA에 따르면 제1·2국제여객터미널은 올해 12월 신국제여객터미널 개장 후 이전 과정을 거쳐 기능을 상실할 예정이다. 내항에 위치한 제2국제여객터미널은 내항 재개발 계획에 따라 차후 용도가 결정된다.

남아 있는 제1국제여객터미널은 IPA가 매각 절차를 거쳐 처분할 계획이다. 탁상 감정가는 토지와 건물을 합쳐 1140억원 수준이다. 대신 1만2000t~3만5000t의 카페리선이 정박하던 터미널 부두는 30m 폭으로 남겨 향후 배를 댈 수 있도록 남길 예정이다.

매각에 가장 먼저 반대한 건 옹진군이다. 옹진군은 지난해 말 터미널 매각이 거꾸로 가는 항만 정책이라며, 국제여객터미널 건물과 땅을 연안여객터미널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연안터미널이 낡고 좁은데다, 앞으로의 항만 발전을 위해선 시설을 함부로 없애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인천시도 옹진군과 같은 입장을 취하면서 터미널 개발 후 주거용 오피스텔을 지을 경우 민원이 빗발칠 게 뻔하다는 점에서 매각에 부정적이다. 실제로 항만 인근에 위치한 연안·항운아파트나 라이프비취 아파트 주민들은 화물차·대형선박에서 나오는 매연과 소음에 심각한 고통을 겪어왔다.

항만업계도 부정적인 건 마찬가지다. 매각 후 터미널 부두에 배를 댈 수 있더라도, 화물·여객을 처리할 수 있는 배후시설과 적치장이 없으면 부두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반면 IPA는 이미 수년간 논의한 사안을 갑자기 뒤집을 수 없다고 반박한다.

IPA 관계자는 "지역 주민·인천시·중구청이 포함된 협의체에서 무려 5년을 논의한 사안"이라며 "활용방안과 매각 전략 수립까지 용역비만 4억원을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또 "남북관계가 당장 좋아진다 해도 (여객과 화물은) 보안상 유리한 내항이나 신국제여객터미널에서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항만 시설을 없애는 건 미래를 생각해서 신중하게 결정할 일"이라며 "당장 매각하기보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