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삼십도
영하 이십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오도 영상 십삼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지쳐서는 안된다. 나무는 온몸으로 나무가 되기 위해 멈춰서는 안된다. 영하의 온도에서 헐벗고 애타면서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터지면서도 꽃피는 나무가 되기 위해 나무는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을 피워야 한다. 그래서 나무는 끝끝내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끝끝내 나이기 위해 온몸으로 나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 지쳐가지만 지쳐서는 안된다. 나무이기 위해 지상으로 밀고 가야만 한다. 막 밀고 올라가야 한다. 오늘도 끝끝내 온몸으로 나이기 위해 애타면서 하늘을 들이받으면서 버티고 있는 우리는…

/권경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