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돌려줘" "줄 돈 없어" … 인천·경기 '역전세난'
"전세금 돌려줘" "줄 돈 없어" … 인천·경기 '역전세난'
  • 이종철
  • 승인 2019.0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증반환사고 2년새 6.3배 ↑
오산시 원동의 A아파트 전세 세입자 정모(44)씨는 최근 집주인을 상대로 전세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집주인이 차일피일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아서다.

정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 때문에 계약 만료일인 지난해 12월 말 이사하려고 했지만 집주인이 '기다려달라'고만 되풀이하다 '배째라식'으로 나왔다"며 "개학일이 지나 이젠 보내고 싶은 학교도 보낼 수 없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초등학교 인근 남동탄의 한 아파트가 저렴한 가격에 매물로 나왔는데 전세금 때문에 포기했다"며 "법원에 소를 제기하고 아파트를 압류했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성시 오산동 B아파트 집주인 박모(50)씨는 2년 전 투자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전용면적 74m²규모의 아파트를 샀다가 낭패를 봤다.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지만 아파트 전세금이 2억2000만원대에서 최근 1억7000만원대로 떨어진데다 주택담보대출마저 막혔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전세보증보험을 가입해주기로 하고 집을 내놓았지만 입주물량이 넘치면서 집을 구경 온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 인천·경기지역에서 역전세난 위험이 커지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 등으로 전세가격이 하락한데다 입주물량까지 늘면서 최근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1~2월 경기지역 임차인 강제 경매 신청건수는 1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건보다 2배 증가했다.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하자 임차인의 강제 경매 신청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전셋값이 10% 하락할 경우 임대 가구(집주인)의 1.5%는 예·적금을 깨고 추가 대출을 받더라도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한은의 '최근 전세 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전셋값 10% 하락 시 전체 임대 가구의 1.5%인 3만2000가구는 금융자산 처분, 금융기관 차입으로도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보증기관이 대신 돌려준 사례도 급증했다.
SGI서울보증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보상반환사고는 735건으로 2년 전(117건)의 6.3배로 늘었다. 이에 따라 전세보증금 부실률은 지난해 0.60%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국 226개 시·군·구별로 보면 고양시의 보증반환사고가 5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천 서구(52건), 용인시(39건), 인천 연수구(34건) 등의 순이었다.

화성 동탄의 C부동산중개업소 김상희 소장은 "최근 전셋값이 떨어지고 입주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주고 싶어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며 "세입자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식으로 어렵다보니 전세보증보험을 들어주는 물건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2~3년간 급증한 분양물량이 앞으로 전셋값 하락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경기지역 입주물량은 13만가구다. 경기지역에는 2년 새 30만가구의 아파트가 쏟아졌다.

이달에만 경기지역 입주예정 물량이 1만5610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국 입주 예정 물량 3만6115가구의 43.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반면 경기부동산포털이 집계한 지난달 경기지역 부동산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1만3205건의 절반 가량인 6025건에 그쳤다.

박종식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화성시동부지회장은 "의왕, 김포, 용인, 화성 등 입주 물량이 집중되는 곳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주택가격도 당분간 약보합 또는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산된다"며 "역전세 우려가 비교적 적은 경기지역에서 전세보증금 분쟁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임대시장이 어렵다는 증거"이라고 말했다.

/이종철 기자 jclee@incheonilbo.com

▲ 인천일보, INCHEONILBO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