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해수욕장 공식 지정에 '입장료 폐지' 통보
번영회, 수익 없어 수거 어려워 "구, 대책 마련을"
▲ 하나개해수욕장 백사장에 휩쓸려온 해양쓰레기 모습.

"해수욕장 일대가 쓰레기 천국이 될 처지예요. 기대를 품고 온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릴까 걱정입니다."

유원지로 분류됐던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이 '해수욕장'으로 공식 지정되면서 쓰레기 관리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구가 해수욕장 지정과 함께 하나개해수욕장 번영회에 입장료 폐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번영회는 입장료 수익으로 해수욕장에서 나오는 행락·해양쓰레기를 수거, 처리했다.

중구는 지난해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하나개해수욕장을 해수욕장으로 지정·고시했다고 21일 밝혔다. 무의연도교가 개통하면 관광객이 늘 것으로 보고 해수욕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또 해수욕장은 공유수면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판단, 번영회에 이달 초부터 입장료를 받지 말라고 전했다. 번영회는 해수욕장 입장료로 대인 2000원·소인 1000원을 받아왔다.

하지만 구가 해수욕장 쓰레기 처리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이 같은 결정을 내려 번영회는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쓰레기들을 방치할 수 없어서다.

해수욕장에서 발생하는 하루 평균 쓰레기는 2~3t이다. 성수기 때는 4~5t에 이른다. 여기에는 관광객들이 버리는 행락쓰레기와 밀물 때 휩쓸려 오는 해양쓰레기가 포함돼 있다. 해양쓰레기는 스티로폼과 그물 등으로 제때 수거하지 않으면 백사장의 미관을 저해한다. 이에 번영회 회원 51명은 교대로 쓰레기를 수거해왔다.

하나개해수욕장 번영회 관계자는 "입장료를 받지 않아 회원들에게 임금을 줄 수 없어 쓰레기 수거를 못한다"며 "지난 주말에 관광객이 쌓여 있는 쓰레기를 보고 민원을 제기하길래 중구에 문의했더니 당장 세워둔 예산이 없어 수거인력을 고용하기 어렵다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결국 번영회는 일부 회원들을 중심으로 직접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 실정이다. 1990년대부터 깨끗한 해수욕장을 만들고자 밤낮으로 관리해 온 노력이 물거품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유다. 이들은 연도교 개통을 앞두고 있는 만큼 구가 빠른 시일 내에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입장료 폐지 여부는 번영회 요구에 의해 다시 검토하고 있다.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며 "추경 예산을 편성해 쓰레기 수거인력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