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1966년도에 발행된 <이누이트(Innuit) 여행>은 캐나다 북동부 지방에 살고 있는 에스키모들의 삶과 사회를 애정을 가지고 서술한 흥미로운 책자였다. 캐나다에서는 공식적으로 에스키모를 이누이트라 부른다. 초등학교시절 교과서에서 얼음으로 집을 짓고 혹한의 북극지방에서 살고 있는 에스키모들의 이야기가 뇌리에 각인되었기에 대학시절 <이누이트 여행>을 짧은 영어로 사전을 뒤적이며 독파할 수 있었다.▶에스키모들의 삶과 꿈에 흥미를 가지고 그들과 어울려 살면서 글을 쓰고 책으로 엮어낸 사람은 에디트 이그로어(1917~2019) 여사였다.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는 명문 웨슬리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콜롬비아대학 신문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학업을 끝낸 후 고향 클리블랜드 뉴스의 종군 특파원이 된 이그로어는 2차 대전 말기에 이탈리아와 유고슬라비아에서 취재하면서 대학원 동기생 필립 햄버거를 만나 결혼했다. ▶남편이 된 햄버거가 기자로 있던 권위 있는 주간잡지 뉴요커에 1961년 입사한 그녀는 캐나다 서부에 위치한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의 연어어업에 대한 취재지시를 받고 현지로 떠났다. 그곳에서 취재하면서 연어잡이 어부 존 다리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결혼까지 하면서 기자 이그로어는 캐나다의 대평원과 북극지방 그리고 드라마와 같은 해안지역의 삶과 모습을 미국인들에게 실감나게 알리는 전도사가 됐다. ▶당시만 해도 미국의 이웃나라인 캐나다의 오지를 다니면서 밀착취재를 하고 거대한 국토의 캐나다를 이끌고 있는 인물들을 진지하게 취재하는 미국 언론인은 드물었다. 뉴요커라는 이름 있는 주간잡지의 중견기자로 그녀는 당시 캐나다 수상이던 현 수상의 선친인 피에르 트뤼도와 건축의 대가 아서 에릭슨 같은 저명인사 이외에도 북극지방에 520㎞ 달하는 겨울철 빙판 도로를 만드는 노동자들을 미국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캐나다라는 나라와 특히 북극지방의 에스키모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수많은 기사와 5권의 저서를 남긴 에디트 이그로어 여사가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뉴욕타임스는 반 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부음기사를 통해서 남자들도 가기를 회피하는 북극의 오지에서 반세기 이상을 기사를 쓰고 저서를 집필한 그녀의 일생을 조명하고 찬사를 보내면서 명복을 빌었다. 타사의 기자업적을 평가하고 애도하는 부음기사를 읽으면서 뉴욕타임스라는 신문의 품격을 실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