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 쫓기고 죽어갔지만 무릎 꿇는 이는 없었다
▲ 5·18기념재단 기획, 임광호·배주영·이민동·정수연 지음, 창비256쪽, 1만2800원


오늘의 청소년에게 5·18을 이야기한다. 5·18기념재단이 기획해 2년여 만에 세상에 내놓은 <5월 18일, 맑음>은 1980년 5월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5·18 이야기를 전하는 책이다.

하늘이 맑아서 더욱 슬펐던 그해 5월18일부터 열흘 동안 펼쳐진 항쟁, 그리고 그날의 죽음을 기억하며 세상을 더욱 맑은 곳으로 만들고자 애써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만을 다루어, 청소년들이 5·18을 올바로 이해하고 역사를 보는 안목을 갖출 수 있도록 했다.

'5·18 민주화 운동'이라는 표현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좁게는 1980년 5월18일 이후 열흘간의 항쟁을, 넓게는 그 이후 진실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려는 다양한 노력까지를 일컫는다. <5월 18일, 맑음>에는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담았다.

1부에서는 1980년 5월에 펼쳐진 열흘간의 항쟁을 시간 순서대로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만큼, 사건이 매우 긴박하게 전개된다.

전남대 앞에 모인 학생들에게 갑작스럽게 쏟아진 곤봉과 군홧발, 이에 맞선 시민들의 저항, 버스와 택시를 앞세운 차량 시위, 무장하는 시민군, 무너지는 국내 언론과 외신기자의 활약, 계엄군이 잠시 물러간 틈에 형성된 공동체, 그리고 다가오는 최후의 날까지 숨 쉴 틈 없이 사건이 이어진다. 생생한 묘사 덕분에 마치 당시 광주 시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단지 사건을 소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 사이사이에 민주주의, 언론, 국가 폭력 등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민주적 가치와 개념들을 살핀다.
필요한 경우 파리 코뮌, 피카소의 '게르니카' 같은 외국의 사례들도 들어서 5·18이라는 사건이 품고 있는 다양한 의미들을 재확인한다.

2부에서는 항쟁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다양한 활동과 노력을 보여 준다. 살아남은 사람들과 기억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독재 정권의 감시와 탄압 속에서도 시위를 하고 성명서를 내는 사람들, 6월 민주 항쟁에 이어진 '광주 청문회', 전두환과 노태우의 재판 과정, 그리고 마침내 5·18이 '민주화 운동'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격동의 역사가 빠르게 전개된다.

그 속에서 역사를 기억하고 약자와 연대하는 다양한 시민들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부상자와 그 가족 들을 보살피는 종교인들부터 문학, 미술, 영화를 통해 사건을 고발하고 기억을 환기하는 작가들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5·18을 역사로 만들어 가는 모습이 펼쳐진다. 아픔의 연대는 세월호까지 이어진다. '오월 어머니들'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고 그들과 연대하는 모습은 5·18 정신을 잘 보여 준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