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혜 사회부 차장

인천 서구 검암 2지구에 사는 A씨는 진행중인 소송에 대응하느라 인천지방법원에 갈 일이 더러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그는 검암역에서 인천지하철 2호선을 타고 12개역을 간다.
시민공원역에서 내린다고 끝이 아니다.
246m 떨어진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 법원행 515-1번 버스를 타고 무려 10정류장이나 더 가야 법원에 도달할 수 있다. 총 1시간 3분 걸린다.

남구 학익동에 위치한 인천지방법원은 전국에서 접근성이 가장 나쁜 기관으로 손꼽힌다. 근처에 지하철 하나 없으며 버스 노선도 제한적이다. 자동차 없이 가려면 말 그대로 기나긴 여정을 떠나야 한다.
이렇게 가기 어려운 법원이 인천에 유일한 사법시설이라는 게 문제다.
부산만해도 지방법원 아래 지원이 2곳이나 있는데 인구 300만명에 도달한 인천은 서북부 지역만이라도 관할할 지원 하나 없다. 원외재판부가 이제서야 겨우 생겼을 뿐이다. 규모로 보면 고등법원이 설치돼야 할 판인데 말이다.

그런데 기껏 설치된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가 재판부 하나에 판사 2명 배치가 고작이다. 기대했던 것의 반의 반도 안되는 신세로 지난 4일 출범했다. 대법원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졸작 개원을 정당화 하려 하지만, 이런 식의 푸대접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전례가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천시 정부는 나서질 않는다. 관심도 없어 보인다. 최근의 GTX-B노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때 보여줬던 시 정부의 무능함이 또 다시 겹친다.

인천의 몫으로 인천시민의 사법 권리를 찾는 것은 박남춘 시장이 수행해야 할 의무다. 중앙정부를 상대로, 대법원을 상대로 싸워서 시민의 불편함을 해소해야 한다.
고양지원을 지방법원으로 승격시키기 위해 국회의원 등에게 전방위적 정치력을 펼치고 있는 고양시처럼, 이번 임시국회에 올라가 있는 인천지법 서북부지원 설치 법안의 통과를 목표로 해당 상임위를 만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인천 홀대론이 인천을 망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홀대에 대한 만성 무력증이 인천의 적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