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논설위원

초간삼간 집을 지은 내 고향 정든 땅/ 아기 염소 벗을 삼아 논 밭길을 가노라면 이 세상 모두가 내 것인것을~
1970년대 히트했던 홍세민의 '흙에 살리라'의 노랫말 한 구절이다. 당시 산업화, 현대화 물결을 타고 시골을 떠나 도시로 나섰던 이들이 객지생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걸친 한잔 술끝이면 부르던 '흙에 살리라'는 1980년 말 시작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우리나라 농촌 드라마의 새장을 열었던 '전원일기'와 함께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중장년층이 추억에 젖어 그 시절을 생각하면 같이 소환되는 노래 '흙에 살리라'와 드라마 '전원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흙과 함께하는 농촌 고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1960~1970년대만 해도 흙은 도시나 농촌 어디할 곳 없이 어린 아이들의 가장 흔한 놀이감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턴가 흙과 멀어졌다. 흙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본질을 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흔히 흙은 생명의 원천이요, 만물의 근원이라고 부른다. 흙에는 탄생과 부활, 재물과 풍요로움의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흙은 생태계의 기초이자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공간이기도 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우리 식량의 95%가 직간접적으로 흙과 관련돼 있다고 한다. 생명의 원천이라는 말이 상징적 의미뿐만 아니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3월11일은 흙의 날이다. 흙의 소중함을 알고 아끼며 가꾸는 마음을 되새기자는 뜻에서 2015년 제정됐다. 흙의 날이 3월11일로 정해진데는 상징적 이유가 있다. 3월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시간적 선택이라는 의미 외에 우주를 구성하는 천(天)·지(地)·인(人)과 농업·농촌·농민, 또 뿌리고, 기르고, 수확하는 각각의 3가지 요소를 나타내는 의미를 담고 있다. 11일은 흙 토(土)자를 풀어쓰면 열 십(十)자와 한 일(一)자가 되는 데서 비롯했다.
11일 흙의 날 기념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흙의 소중함을 알리고 잘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학술토론회도 열렸다. 이참에 흙의 중요성과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토양오염의 심각성과 피해는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후손에게 깨끗하고 살기 좋은 환경을 물려줄 의무가 있다. 건강한 흙을 물려주는 것도 그 중의 하나다. 만물의 근원인 흙을 보호하고 지키는 일이 우리의 생명과 환경을 살리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