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찍고, 액자에 담은 한장한장 … 다 소중"

동네 이웃 평범한 일상 담아 마을갤러리·역사 등서 전시
주민들과 동아리 활동 '인연'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고민이나 아픔, 기쁨 등 그 절실한 삶의 현장을 사진 한장한장에 기록하고자 합니다."

도농복합도시인 군포시 대야미 마을에서 10년째 문화와 향수 가득한 마을공동체를 꿈꾸며 이웃들의 평범한 일상을 사진에 담고 있는 동네 사진작가 이상곤(60)씨.

이 작가는 마을 사람들과 사진을 공유하고 싶어 하우스 막걸리집인 마을기업 '가양주작' 내 '마을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고있다. 또 마을내 유일한 전철역 대야미 역사 내에서도 남북통일을 다룬 색다른 전시를 시도했다.

사진을 매개로한 지역공동체 활동으로 지역민과 호흡하고 있는것이다.

특히 대규모 택지개발을 앞두고 있는 마을의 공동체 주역인 구성원 하나하나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아 '대야미를 사는 사람들'이란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개발과 보전'이라는 갈등속에서 삶의 공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주민들의 일상의 행동과 표정으로 승화시켜 울림의 시그널로 담아냈다.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않는다. 마을 사람들과 '사이꽃'이란 사진 동아리로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그 속에서 함께 사진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사진과는 무관한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살아오던 그는 1992년쯤 생생하게 살아있는 학생들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다가 우연히 사진에 매료됐다. 2013년 명퇴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과의 사랑에 빠졌다. 이후 서울 신촌에 있는 문화센터에서 프로 작가들로부터 2년 정도 사진을 배운것이 전부다. 그 때 만난 다섯명의 작가 지망생들이 '오주당'이란 사진 동아리를 결성해 지금도 활동중이다.

이 작가는 "글 쓰는 사람은 글로써 생각을 말하고, 노래하는 사람은 노랫말로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듯 사진하는 사람은 사진을 통해 그 생각을 전달하는 일종의 예술행위라 생각한다"며 사진에 대한 소박한 의미을 부여했다.

"애써 찍고, 인화하고, 액자에 담아 벽에 건 사진들은 모두 소중하다"면서 "사진에는 개인성과 역사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로 못지않은 전문성과 색깔을 갖고있다.

6·25 전쟁으로 인한 동족상잔의 비극에 더해 고향에서 쫓겨난 수몰민의 심정으로 분단의 아픈 현장과 수몰지역의 그림자를 따라가며 사진적 고민을 해오고 있기때문이다. 작품에는 분단인이라는 시대적 현실과 수몰민이라는 개인적 특수성이 바탕에 깔린다.

2015년 분단된 반도의 실체를 다룬 '불시착', 2016년 댐 건설과 수몰을 다룬 '강강수원래', 2018년 남북관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다룬 'Wind of change'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강강수원래'는 작가의 실경험으로, 금강을 막고 들어선 대청댐으로 인해 고향 잃은 수몰민의 공포감이 투영된다. '댐을 헐고 강을 원래대로 돌리라'는 메시지를 담고있다.

그는 "반드시 해체돼야 할 분단의 벽, 강을 막고 들어선 댐,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카메라에 계속 담을 예정"이라며 자연환경과 평화통일이라는 주제의식을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어 "사진은 전시장에 가두지않고 주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장소에서 만나야 한다"며 군포시민과의 약속도 잊지않았다.

/군포=전남식기자 nscho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