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논설위원

현대인들은 '선거에 치이다'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선거를 치르게 된다. 선거는 자신의 뜻을 대신해 줄 대표자를 뽑는 하나의 절차다. 남녀 성별과 관계 없이 일정 나이가 되면 권력이나 재력, 사회적 위치와 관계 없이 누구나 같은 조건에서 투표를 통해 자신의 뜻을 표시할 수 있어 민주주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우리 국민들은 5년에 한번 찾아오는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 선거를 치르게 된다. 일부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합이나 기구의 대표자 등을 선출하는 선거도 하게 된다. 우리 국민은 평균 적게는 2년에 한번, 많게는 1년에 한번 이상 선거에 참여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민주주의가 잘 작동되지 않는다고 한다. 국회가 국민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데서 나오는 얘기다. 그러면서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꽃핀다는 그동안의 인식도 무너지고 있다. 벨기에 문화사학자 다비트 판 레이브라우크는 저서 '국민을 위한 선거는 없다'에서 선거가 곧 민주주의라는 고정관념을 깨라고 말한다. 합의의 도구였던 선거가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소수 엘리트의 정치적 입지를 보장해주기 위한 제도로 변질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노동자, 농민, 전업주부 같은 보통 사람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비뽑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기원전 4~5세기 민주주의의 발원지인 그리스 아테네의 정치·사회를 이끌어 가던 500인 평의회 구성원 선출방식이다.
▶세상은 하루가 멀다하게 바뀌고 있으나 선거판 풍경은 30~40년전이나 달라지지 않고 있다. 1960~1970년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는 '고무신·막걸리 선거' 로 표현된다. 선거에 나선 후보가 여성에게는 고무신을 남성에게는 막걸리를 대접하고 표를 얻었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13일은 제2회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이다. 전국 1344곳의 지역 농협이나 수협, 산림조합의 조합장을 뽑는 이 선거가 혼탁하다. 30~40년 전 후보가 유권자에게 주던 금품과 향응의 단위와 종류만 달라졌을 뿐 불법·탈법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까지 적발된 선거사범만 298명으로 지난 2015년 치러진 첫번째 선거의 같은 기간 적발건수보다 훨씬 많다. 조합장에게는 조합의 재정· 인사 운용 등 막강한 권한과 규모에 따라 5000만원~1억원이 넘는 연봉이 지급된다. 만약 조합장직을 조합원을 위해 봉사하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바꿔도 후보들이 지금처럼 죽기 살기로 조합장이 되기 위해 뛸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