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창호 장인' 황영식 소목장 "정부·지자체가 기술 전수 지원했으면"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도 내 손으로 복원했죠. 창호 인생 50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

소나무 껍질처럼 울퉁불퉁한 황영식 소목장의 손은 우리나라 전통 창호의 역사를 담고 있다. 칠순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나무를 깎고 자르며 짜 맞춰 멋스러운 전통 창호를 만든다. 현재 남양주에 터를 두고 지역사회 발전에도 힘쓰고 있다.

황 소목장은 1964년 고향인 경북 울진에서 혈혈단신 서울로 올라와 생계를 위해 목공소 일을 시작했다. 2014년 문화재 수리 기능인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고용노동부 우수숙련기술자와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이사가 되기까지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혼신의 노력 끝에 고전 창호를 작품의 경지로 올려놨다.

"문화재 복원을 시작한 건 30년 전 동국대학교 법당 일을 맡으면서부터였습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인 최기영 대목장과 만난 것도 그때였죠. 그 이후 최 대목장과 함께 궁궐·사찰 등 전국 유명 문화재 창호 수리와 복원에 열정을 쏟았습니다." 어릴 때 한옥에 살았던 그는 소나무가 주재료인 한옥 창호에 매료됐다.

"그저 일로 생각했다면 지금까지 못했을 겁니다. 특히 문화재 일은 재미가 있어요. 지금도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를 복원했던 때가 많이 생각납니다. 문화재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정말 최선을 다했고, 보람도 컸습니다."

그가 남양주에 자리 잡은 것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남양주는 여러 왕릉과 전통사찰·고가 등 문화재가 많아 작업장을 차리기 이전에도 많이 찾았던 곳이었다. 문화재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남양주에 대한 더욱 애정이 깊어졌다. "남양주는 광릉수목원 등 자연이 참 아름답고, 문화가 살아 있는 곳입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나무가 많아서 이곳 남양주에 작업장을 만들기 잘했다고 항상 생각합니다."

그는 전통 창호 장인이나 소목장으로서 꿈이나 욕심은 더 이상 없다고 했다. 다만 후계자를 키우지 못한 것이 언제나 마음에 걸린다. 전통 창호 기술을 제대로 전수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을 배우려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일하려 해도 보수를 맞춰주기 힘들어요. 적어도 10년 이상 배워야 하는데, 버티는 청년이 없어요.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남양주=심재학 기자 horsepi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