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안전장치 '등록문화재'
문화재청만 지정 권한 가져
도 지정 1000여개 해당 안돼
문화재청 "근현대 문화유산 시도지사가 12월부터 관리"

개화기(1876년·강화도 조약) 이후 경기지역에 들어섰던 근 현대 건축 문화유산들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을 지킬 방법도 손꼽을 정도다. 정부가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개발논리에 밀려 소리 없이 사라진 건축물은 파악조차 불가능하다.

20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경기도내 상업시설 등 개화기 이후 보존·활용 가치가 높은 근대 건조물은 542개(2015년·경기연구원)로 나타났다. 그간 학계 등의 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장소를 더하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근대건축물을 보호하기 위한 '등록문화재' 제도를 2002년 도입했다. 가치가 높아도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으면 개발사업으로부터 보존을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면 현 건축물을 보존한 상태에서 일부 개조해 활용할 수 있다. 멸실하는 문화재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문제는 지정 권한이 문화재청에 국한됐다는 점이다 '지역성', '활용성'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문화재 가치 기준 판단이 다르지만, 현행법상 근대건조물 조사 및 심의는 문화재청만 할 수 있다.

현재 지정권한이 있는 경기도의 경우 지정문화재(개화기 이전)는 1116개에 달한다. 반면 도내 등록문화재는 83개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제도 도입 이후에도 십 수 년 동안 도내 건축 문화유산이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

실례로 수원 권선구에 '선경직물'공장(1953년)은 도내 산업 발전의 역사를 간직할 정도로 가치가 높았지만 2017년 도시개발이 진행되면서 철거됐다. 또 일제강점기 아픔을 간직한 '수려선'의 마지막 남은 사적인 '이천 오천역'도 2013년 대규모 택지개발 공사 지역에 포함돼 2015년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도는 앞서 사라진 근현대 건축물에 대해 정확한 통계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도는 2015년부터 등록문화재 지정권한을 시·도까지 확대해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문화재청에 3차례 보낸 바 있다.

도 관계자는 "도내에 지켜야 할 근대문화유산은 많지만 현행법 기준에 맞추면 지키기가 어렵다"며 "하루빨리 시·도에서도 등록문화재를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시·도지사가 지역특색에 맞게 근현대문화유산을 관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며 "올해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