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민규 경기도의원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스카이 캐슬' 드라마가 숱한 교육적 문제들을 표출하는 모습으로 종영했다. 드라마를 통해 공교육과 사교육의 어두운 그림자가 낱낱이 고발됐다. 이제는 출세의 발판으로 오인되고 있는 대학 진학의 방법론에 있어 수능으로 표방되는 정시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표방되는 수시의 선호도 논쟁으로까지 촉발되는 양상이다.

가령 대입 수능은 점수 순으로 줄을 세워 대학에 진학하는 단면의 공정성을 갖는다. 또 대입 수시의 학생부종합전형은 교실 수업의 생명력을 불어넣고 학생들 자체가 교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함으로써 학생부에 기록된다는 신뢰성이 부재되어 있다는 측면이 있다.

본질적으로 해석을 달리하고 양립할 수 없는 두 전형의 방법을 놓고 상호간에 이해관계가 나뉘어 상대방을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는 여전히 불편한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다.
대입의 학생부종합전형이 학교 안의 수업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고,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공정성 시비에도 불구하고 입시제도로서 자리매김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묘사된 것처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류계층이나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이루어지는 은밀한 학생부종합전형 관리는 실제 객관적으로 조사된 자료조차 있지 않아 마냥 학종이 새로운 대안이라고 강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 문제의 해법은 교육의 본질에서 찾아야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고,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찾아주는 진로진학교육을 통해 자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해나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교육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에게 있어 경기교육의 모습이 미래 교육의 대안이 아닌 잘 포장된 변질된 교육으로 다가오고 있음은 매우 불편한 진실이다.

'꿈의 학교', '꿈의 대학' 은 애초 취지와는 다르게 일부 아이들을 위한 경력관리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참가 실적 인정과 참여 시간의 학생부 등재라는 미끼 없이는 그 존립 자체도 위태로워 보인다.
자신만의 꿈과 끼를 살린다는 구호는 교육현장에서 찾을 수 없고, 참여의 절대 시간만을 학생부에 등재시키기 위해 교육과는 별개로 시간만을 때우는 학생마저 늘어나고 있다. 수능 위주의 정시가 학생들 줄세우기라며 비난했지만 정작 교육청이 내놓은 대안이 또 다른 줄세우기를 강요하는 형국이다.

무리하게 추진되는 혁신교육지구도 마찬가지다. 혁신교육이라는 구호에 도취되어 경기도 내 31개 시·군의 자치단체장이 앞다투어 교육청과 MOU를 맺고 사업을 시작하고 있지만 지역의 특색을 살리고, 지역의 특색에 맞는 맞춤식 사업은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학생들은 보호받아야 하고, 지자체도 학생들을 보호하고 싶지만, 상담사 배치나 교육복지사 배치와 같은 인력지원사업은 교육청에 의해 무조건 거부되는 것이 현실이다. 오직 협력의 대상은 일회성 사업과 교육경비 보조에 국한되고 있다.

교육감은 모든 아이들의 행복을 교육이 책임진다고 말하지만 진실로 그동안 책임져 왔던 것인지, 외면했던 것은 아닌지 솔직히 자문해보아야 한다. 9시 등교제의 전면 시행이 초등학생에게 7분의 수면시간 증가와 9%의 아침식사 비율 증가, 2%의 자는 학생 감소로 이어져 성공적이었다는 자평에 도취될 것이 아니라 무조건 9시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고민하며 직장을 그만두었을 맞벌이 가정의 고충과 경제적 어려움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야간자율학습을 폐지하기 위해 석식 중단이라는 강제수단이 암암리에 동원된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식당에서의 안전한 밥이 아닌 매일 저녁 편의점을 전전하며 식사를 하게 하는 것이 과연 고뇌에 찬 교육적 결단이었을까.
전체 고교생의 5%도 참여하지 않는 '꿈의 대학'과 극소수를 위한 '꿈의 학교' 사업에 각각 연간 1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사용하는 것이 학교에 꼭 필요한 교육복지사, 상담사를 각각 300명씩 고용하는 것보다 옳은 선택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신뢰성이 존재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없다. 지금 경기교육이 처한 소통의 부재, 교육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간주하는 문화를 조속히 타파하지 않고는 경기교육은 단순히 150만 학생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인질범과 무엇이 다를까. 경기교육의 진정한 변화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