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가단이 심의해보니 법적 문제 있거나 '장기성' 태반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날림 공약'을 남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약 수립 과정의 기본 요소인 '법적 요건'과 '실현 가능성'을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9일 인천시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작성한 '2018 인천시 시민평가단 회의 운영 결과' 보고서를 확인해보니, 박 시장의 주요 공약 사업인 '인천산업유통단지 구조 고도화' 사업이 시민평가단의 승인을 거쳐 폐기됐다.

동구지역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유통단지 구조를 고도화해 입주 기업 간 기술 교류와 협력 용이성을 확보하고 단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사업의 뼈대였다.

문제는 전통시장이 구조 고도화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산업 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은 구조 고도화 대상을 산업단지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애당초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선거 공약으로 내놓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담당 공무원도 당시 시민평가단 회의에서 "(박 시장이) 아마도 전통시장인 것을 몰랐기 때문에 이런 공약이 나온 것 아니겠나"라며 "관련 법이 맞지 않고 그렇다고 강제로 전통시장을 없앨 순 없어 추진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공약인 '도시형 첨단물류센터 건립'은 사업비가 많이 투입되고 수요자가 없다는 이유로 백지화됐다. 오래된 물류터미널 등을 활용해 첨단 물류시설과 유통·지원·연구개발(R&D) 시설을 집적화하는 사업으로, 시는 총 456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민평가단 회의 때 시 관계자는 "취지는 좋았지만 공약 검토 단계에서 현실적 부분을 고려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예산 확보가 어렵고 수요자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필요한 사업은 아니라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서북부 제2종합터미널 건립' 사업은 시기적으로 202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판단돼 공약 사업에서 장기 과제로 전환된 경우다.

사업 대상지가 검암역 일원으로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는데, 해당 구역이 해제되려면 사업 기간이 2024년까지인 검암역세권 공공주택지구 개발 사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두고도 꼼꼼한 검토 없이 선거 공약으로 채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옹진군 병원선 대체 건조와 제1경인전철 지하화, 제2의료원 설립 등도 효용성이 없다거나 재정적 부담으로 장기 과제로 조정됐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박 시장이 시민이 원하는 현안과 정책을 충분히 검토하고 선거에 나왔어야 했는데, 이런 사례들을 보면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는 아닐지 심히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