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車, 고철로 분류
등록 말소 후 해외로 팔려
관리 부실·정책 지원 없어
인천항 전국 물량 78% 집중에도
업체 둥지 없어 떠도는 철새신세
4부두·남항 중 빨리 골라 지어야
▲ 15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천 중고차수출 클러스터 조기조성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천 중고차수출 클러스터 조기조성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 토론회'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천 중고차수출 클러스터 조기조성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 토론회'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 문제는 인천항뿐만 아니라 지역 자동차 산업계에서도 주목하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인천항은 물동량 측면에서, 자동차 산업계는 부품·정비산업 등 중고차 수출에 따라오는 보조 산업 측면에서 중고차 수출단지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저부가가치 산업에 머물고 있는 중고차 산업을 고부가가치로 키우고, 장기적으로 인천의 중요 산업으로 키워가자는 게 산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를 위해선 수출단지 조성뿐만 아니라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개최된 '인천 중고차수출 클러스터 조기조성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 토론회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중고차 수출단지의 필요성과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살펴봤다.

▲수출단지 조성에 한 뜻

인천은 중고차 산업의 메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중고차 수출물량 28만9715대 중 인천항을 통해 나간 물량은 88%인 25만4949대에 이른다. 인천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1년 76.2%를 시작으로 꾸준히 커져왔다.

앞으로 수출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2017년 기준 이웃나라 일본은 좌핸들 사용 국가 6개국(UAE·미얀마·칠레·러시아·몽골·필리핀)에 우핸들 차량을 무려 48만9404대 수출했다. 반면 우리는 좌핸들 차량을 수출하면서도 해당 국가에 4만1823대만 보내고 있다. 일본이 점하고 있는 시장에 우리가 좌핸들 차량을 무기로 진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중고차 산업이 처해있는 여건은 열악하다. 번듯한 수출단지가 없기 때문이다. 중고차 업계는 매번 빈 땅을 찾아 메뚜기처럼 이동한다. 짧게는 6개월에서 길어봐야 1년 단위 임대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인천 옛 송도유원지 인근으로 모여든 중고차 수출업체들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장기적으로 사용할 단지가 없다보니 인천에서 꾸준히 영업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신광섭 인천대 교수는 "중고차 산업은 인천항 중심으로도 중요하지만 연관 산업이나 파급효과 측면에서도 중요한 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라며 "중고차 산업은 자생적으로 나타난 산업이다. 제도적으로 지원해 인천항 랜드마크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오늘이 지나면 늦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이정행 인천항만공사(IPA) 운영부사장은 "반성을 좀 해 본다. 중고차가 인천에서 30년 가까이 자생적으로 발전했지만, 어느 기관이나 단체도 기여한 부분이 없다"라며 "앞으로 서비스·관리·마케팅·투자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IPA도 클러스터가 건전하게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후보지는 남항과 내항 4부두

새로운 중고차 수출단지 후보 지역은 남항 인근 역무선 및 석탄부두 부지와 인천내항 4부두 일대 등 크게 두 곳이다. 항만업계를 비롯해 관계 기관들은 양쪽 부지 가운데 어디가 합리적인가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남항 인근 역무선 및 석탄부두 부지는 지난 2016년 인천시와 IPA가 실시한 용역을 통해 도출된 지역이다. 이 지역은 장기적으로 역무선 부두와 석탄부두가 외부로 이전하면서 빈 땅으로 남을 예정에 있다. IPA는 여기에 수출단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면적이 충분하고, 이미 용역을 거쳤기에 사업을 진행하기 좋다는 게 IPA의 논리다. 다만 이 지역 수출단지 조성은 과거 연안부두 주민들의 반대로 한 차례 막힌 데다, 석탄부두 이전시기가 확실치 않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항 4부두 일대는 지난해 인천상공회의소와 인천항발전협의회가 주장한 지역이다. 이미 부두로 활용하고 있는 곳을 수출단지로 쓰자는 게 논리의 핵심이다. 이 곳은 인근 자동차 부두에 인접해 있고, 남항에 비해 민원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내항재개발 개발 대상 지역이라 주민 반발이 예상되고, 면적이 상대적으로 좁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4부두를 우선 활용한 뒤, 남항에 수출단지를 제대로 조성해 옮겨가자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윤희택 인천상의 부장은 토론회를 통해 "시급성 중심으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4부두에 한계가 있으니 우선 임시로 사용하고, IPA와 해양수산부가 남항에 수출단지를 추가 조성한 뒤 옮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철로 수출되는 중고차 … "제도개선 시급"

현행법상 중고차 수출은 제대로 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 놓여있다. 특히 차량도 아닌 '고철'로 수출될 정도로 정책의 시야 밖에서 이뤄질 정도다. 중고차 업체들은 구청에서 차량등록을 말소한 뒤, 고철로 해외에 내보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리도 부실하고 정책적 지원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중고차 수출에 대한 제도적인 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광섭 인천대 교수는 제도적 지원 방안으로 현행법 개정을 제안했다. 자동차 관리법에 수출용 중고차 관리에 대한 조항을 신설하고, 성능·품질인증기준 및 절차·수출업자 신고 및 관리·중고차 수출지원센터 설립 및 운영 등을 담자는 것이다.

상위법이 마련되면 인천시도 지원 정책을 펼 수 있다. 신 교수는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지원 근거로 삼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조례가 도입되면 단지 지정 관련 규정, 우수 수출업체 인증제도 도입, 재고 공유시스템 구축 및 운영, 각종 재정 지원, 수출지원센터 설치 등 행정 지원이 가능해 진다.

신 교수는 "중고차 수출업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다. 근거를 마련하는 게 필수적이며, 행정·재정지원과 관리감독이 가능해야 한다"라며 "자동차 관리법에 수출 중고차에 대한 내용을 담고, 할 수 있다면 인천시가 조례를 만들어 운영할 경우 수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