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 개발이 놓친 것들
▲ 허동훈 지음, 다인아트, 316쪽, 1만2000원


"외국인투자유치, 국제 비즈니스, 초고층빌딩, 첨단산업, 글로벌 기업, 명문대, 외국대학 등 거창한 이름이 주는 이미지에 집착하지 말고 내실을 따져서 일자리와 성장엔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개발해야 한다."

2000년부터 2014년까지 14년간 인천발전연구원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지역경제, 지역개발 관련 연구를 담당한 허동훈 박사가 쓴 이 책은 2003년 8월, 인천 송도와 청라, 영종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처음 지정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개발 과정을 짚어봤다.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지 15년 만에 처음으로 경제자유구역을 분석하고 그동안 진행된 개발 '방향'과 '방식'이 적절했는지 살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연동개발'과 '헐값매각'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송도의 경우 돈이 되는 주거시설을 우선 짓고, 그 이익금으로 업무시설을 추진하는 이른바 '연동개발' 방식으로 사업들이 진행됐다. 좋은 성적표를 받았을까? 업무기능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가운데 개발이익을 제대로 산정하지도 못했고, 갈등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일부 사업은 개발이익이 유출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때문에 저자는 이제 "연동개발은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연동개발로 날린 개발이익을 기업유치에 사용했으면 송도를 한국의 대표적인 혁신클러스터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소 늦었지만 정책을 변경하면 지금도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헐값매각'도 도마 위에 올랐다. 땅을 매우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투자유치 성과를 강조했지만, 저자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문제를 제기한다.
당초, 경제자유구역은 일자리를 비롯해 지역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세계적인 기업과 국내·외 명문대학이 들어섰다. 그러나 파급효과는 여전히 미미하다.

이 책은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과 투자유치 과정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많이 소개해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책에 재미를 더한다.

투자의향서를 냈던 사업자들의 미공개 국제전화 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걸어보고, 주소지를 검색해 확인함으로써 실체 없는 사업자였다는 것을 밝힌 대목은 마치 '사기극'을 보는 듯하다. 사업자에 대한 검증 없이 인천시가 투자 유치에 급급했던 단면을 보여준 일화다. 이처럼 신뢰하기 어려운 투자자를 상대로 개발을 추진하다 낭패를 겪은 사례는 다른 경제자유구역에도 반면교사가 될 듯하다.
출판기념회는 20일 오후 7시 인천아트플랫폼 H동 다목적실에서 열린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