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윳돈 있어야만 낸다 소득 양극화 커질 수도

취업 뒤 목돈 추가납부 방식고임금·상위층 자녀에 유리국민연금 재정 악화 우려도

이재명 경기지사의 핵심 청년복지사업인 '생애 최초 청년국민연금' 지원사업이 '산넘어 산'이다.

보건복지부가 이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데 이어 경기도의회는 '사회보장사업 신설 협의' 통과를 조건으로 올해 147억여원의 예산을 세웠으나 관련조례안 처리를 보류해 차질이 우려된다.

생애 최초 청년 국민연금은 만 18세 청년의 첫 국민연금 가입 납부금 9만원을 도가 대신 내주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청년들에게 국민연금 추가납부제도를 이용해 노후 연금수령액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계됐다. 추납제도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은 기간을 산정해 추후 목돈을 납부하면 가입기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다. 다만, 최초 가입한 사실이 있어야만 추납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28세 청년이 300만원의 월급을 받는 중소기업에 취직한 뒤 30년간 매월 27만원의 국민연금을 납부하면 65세 이후 매월 80만8690원의 노령연금을 받는다.

하지만 경기도 청년연금으로 최초 가입한 만 18세 청년은 10년 뒤 국민연금을 내지 않았던 10년치 보험료 약 3200만원을 추가납부하면 65세 이후 국민연금을 107만2200원을 수령한다.

이같은 추납제도 등으로 인해 국민연금의 재정악화 논란과 함께 이재명표 청년국민연금 정책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국민연금 재정악화 논란

경기도가 추진하는 청년연금제도는 청년들에게 유리한 정책임은 분명하다. 여하튼 청년들이 28세에 추납제도를 잘 활용 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복지부나 일각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재정악화 우려를 안고 있는 국민연금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정책이라며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국민연금을 많이 주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8월 17일 열린 제4차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는 출산율 하락과 기대수명 증가가 국민연금 가입자 감소와 연금 수급 기간으로 이어져 결국 국민연금 소진 시기가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줄었다고 전망했다.

보건복지부도 이같은 이유를 들어 경기도 청년연금 사업에 부정적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청년연금에 대해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경기도는 청년연금 사업이 오히려 국민연금 재정에 긍정적 효과를 이끌어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 관계자는 "청년연금을 통해 청년들이 국민연금에 더 많이 가입하게 되면, 국민연금의 재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득에 따라 춤추는 청년연금

또하나의 쟁점은 추납제도의 '함정'이다. 추납제도가 여윳 돈이 있는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이다.

도의회에서는 청년연금 대상자 중 높은 임금을 받는 직장에 취업하거나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위계층 청년들만 추납제도를 이용 할 수 있다며 일부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다.

자칫 청년연금이 저임금 청년노동자에게 부담을 씌울 수 있는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영해(민주당·평택3) 경기도의원은 "경기도 관계자들이 추납제도를 이용하는 청년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기존 소득이 있는 중·장년도 5~10년간 끊긴 연금을 추납하는 일이 엄청 힘들다. 하물며 청년들이 하기에는 더 어려울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주(민주당·비례) 도의원은 "추납제도가 만들어진 후 강남4구만 유독 가입자가 많다. 추납제도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며 "청년연금이 잘못설계되면 저소득층과 상위층 간의 소득격차를 오히려 늘리는 정책이 된다"고 지적했다.

도 관계자는 "재정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은 청년연금 사업이 없어도 18세에 최초 가입 후 추납제도를 이용해 연금액을 늘리고 있다. 그런데 저소득층은 이런 추납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청년연금은 이런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다. 추납금액이 부담될 수는 있지만 60개월 간 분납할 수 있어 저소득층도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