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가 죽었다
나는 그 아이들을 데리고 감자를 구워 소풍을 간다
며칠 전에 내린 비로 개구리들은 땅의 얇은
천장을 열고 작년의 땅 위를 지나고 있다
아이들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으므로
교외선 유리창에 좋아라고 매달려 있다
나무들이 가지마다 가장 넓은 나뭇잎을 준비하러
분주하게 오르내린다
영혼은 온 몸을 떠나 모래내 하늘을
출렁이고 출렁거리고 그 맑은 영혼의 갈피
갈피에서 삼월의 햇빛은 굴러 떨어진다
아이들과 감자를 구워먹으며 나는 일부러
어린왕자의 이야기며 안델센의 추운 바다며
모래사막에 사는 들개의 한 살이를 말해 주었지만
너희들이 이 산자락 그 뿌리까지 뒤져본다 하여도
이 오후의 보물찾기는
또한 저문 강물을 건너야 하는 귀가길은
무슨 음악으로 어루만져 주어야 하는가
형수가 죽었다
아이들은 너무 크다고 마다 했지만
나는 너희 엄마를 닮은 은수원사시나무 한 그루를
너희들이 노래부르며
파놓은 푸른 구덩이에 묻는다
교외선의 끝 철길은 햇빛
철철 흘러넘치는 구릉지대를 지나 노을로 이어지고
내 눈물 반대쪽으로
날개도 흔들지 않고 날아가는 것은
무한정 날아가고 있는 것은



엄마의 죽음을 모르는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화자는 소풍을 가고 있다. 엄마라는 존재의 소멸이 어떤 것인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데리고 형수를 닮은 은수원사시나무를 골라 교외선을 타고 나들이를 간다. 아이들이 찾아야만 하는 보물(엄마)은 끝내 아이들이 찾아내지 못할 것이므로, 아이들에게 끝끝내 눈물을 보여줘선 안 된다. 나무는 형수의 부활을 상징하는 시적 도구이며, 노래를 부르며 땅을 파고 엄마를 닮은 은수원사시나무를 기념식수하는 아이들을 상상하는 일은, 슬픔을 넘어 감정의 예리한 자상을 불러온다. 곧 봄이 올 것이다. 봄이 오면 나는 '땅의 얇은 천장을 열고' 뛰어노는 '개구리들'을 '교외선 유리창' 너머로 물끄러미 바라보며, 또 한번의 이승의 소풍을 떠날 것이다. 영혼의 상흔을 어루만지는 '소풍'은, 추억을 넘어 정신의 성장을 가져온다. 매우 절제된 방식으로 죽음을 다루고 있는 이 시의 여운은 길고 애틋하고 아프다.

/권영준 시인·인천부개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