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사각 해소·질서 확립 '순기능'
사소한 잘못도 보복성 '역기능'
警 "안전 저해 안하면 경고조치"

#. 직장인 김모(43)씨는 지난해 11월 오후 수원 인계동 한 사거리에서 '진로변경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요청서를 받았다.

요청서에 나온 담당자에게 문의했더니 뒤쪽 차량의 운전자가 공익신고를 한 것.

그는 "고가도로로 진입하고자 차선을 변경할 때 횡단보도가 있는데, 이 구간이 점선에서 실선으로 바뀐다.

살짝 해당 구간을 지나며 차선 변경했는데, 이런 것까지 신고해 좀 심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경찰에 호소했지만, 증거가 있는 공익신고다 보니 법대로 처리할 수 밖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 숨 쉬었다.

차량용 블랙박스와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경기남부지역 내 운전자가 교통법규 위반차량을 블랙박스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경찰서에 직접 제보하는 '공익신고'가 크게 늘고 있다.

이런 공익신고는 경찰이 일일이 교통 위반 차량을 단속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줄여주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안전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사소한 위반과 운전자 개인의 감정이 들어간 '보복성 짙은 신고'도 있어 운전자간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14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공익신고는 운전자가 경찰서에 직접 방문해 교통법규 위반이 의심되는 차량 영상을 제공하거나 스마트폰 앱 '국민제보(목격자를 찾습니다)' 등에 관련 영상과 글을 게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2001년 신고포상제 폐지로 신고자에 대한 보상이 없음에도 편의성 향상 등으로 교통 위반 관련 공익신고는 매년 증가 추세다.

스마트폰 앱을 통한 경기남부지역의 교통위반 관련 공익신고 건수를 보면 2016년 10만4653건, 2017년 17만4861건, 2018년 17만7524건을 기록했다.

최근 2년간 하루 480여건에 달하는 신고가 들어오는 셈이다.

경찰은 제보영상이 접수되면 교통 위반사실을 확인한 후 사실확인요청서를 위반차량 등록지에 보내 운전자의 확인절차를 거친 후 벌금 및 과태료를 부과한다.

경찰에선 공익신고의 활성화는 교통질서 확립 및 사고 예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런 순기능 이면에는 운전자들의 감정이 들어간 보복성 또는 '아니면 말고 식'의 신고 등의 역기능 작용도 적지 않다.

지난 1월 제차 신호조작 불이행(방향지시등)으로 교통법규위반 사실확인요청서를 받은 최모(37·안양)씨는 "당시 차량들이 밀린 상황에서 차선변경을 가까스로 했는데, 뒤쪽 차량이 경적을 계속 울려댔다"며 "미안하다는 의미로 창문을 열어 손을 들었는데, 뒤쪽 차량 운전자가 블랙박스를 자꾸 가리켰다.

그 땐 의미를 몰랐는데 요청서를 받아 보니 공익신고를 하겠다는 신고였다"고 토로했다.

또 지난해 4월 끼어들기 위반으로 적발된 신모(26·성남)씨의 경우, 경찰서를 찾아가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더니 '위반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듣고 진술서만 작성하기도 했다.

수원남부청 교통안전계 관계자는 "교통 위반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위반이 맞는 지 여부를 판단해 위반에 해당하더라도 도로교통법의 제정 취지 목적인 '소통과 안전'에 크게 저해되지 않은 경우는 범칙금보다 경고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장선 기자 kj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