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인천대 사회복지4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정치인의 인천 비하발언이 크게 논란이 됐었다.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는 이른바 '이부망천'으로 불리는 그 발언은 인천과 부천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했다.
나는 인천에서 태어나서 자라왔다. 어느 날 긴 공강 시간을 활용해 버스를 타고 어렸을 적 살던 동네에 가봤다. 추억이 담긴 학교, 놀이터, 예전에 살던 집, 뒷산 공원까지 전부 둘러보며 몽글몽글한 감정을 느꼈다. 인천을 좋아하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 때가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사실 예전에는 '애향심'이라는 단어가 별로 와 닿지 않았다. 태어난 지역에 의미를 자꾸 부여하는 게 의미 있어 보이지도 않았고, 연고주의와 같은 케케묵은 관행을 답습하는 것에 일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살씩 나이를 먹어 성장할수록 살고 있는 곳에 추억 하나씩을 남기게 되고 그게 쌓이다 보니 어느새 애향심이라는 감정은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또 애향심이 생각한 것보다 그리 맹목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인천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가운데 '이부망천'은 꽤나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더욱이 그걸 받아들이는 주위의 모습이 꽤 차분했다는 점이 더 충격이었다. 인천시민들에게 충분히 모욕적이었던 발언임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마치 남의 일처럼 그리 분노하지도,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도리어 그 상황을 겪으며 인천이라는 공동체에 연민을 갖기 시작했다.

타 지역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많아 작은 한반도와 같은 인천은 애향심을 가질만한 풍토를 조성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애초의 고향은 인천이 아니었고, 인천이 애향심의 대상 또한 아닐 것이라는 전제였다.
언론 등을 통해 종종 전해지는 인천의 각종 범죄와 사건사고 소식들은 인천에서 태어나 자라온 사람들조차 인천을 외면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대로 인천을 외면한다면 과연 이곳은 누구에게나 잠시 거쳐 가는 그런 곳으로 평생 남아야만 할 것이다.
인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언론이 자극적인 사건들을 보도할 뿐 사실, 인천은 다른 지역에 비해 범죄율이 낮은 지역이다. 또한 인천은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런 사실들에 자부심을 느끼고, 또 다음 세대를 위해 인천의 긍정적인 부분을 잘 이어나가야 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인천을 폄하하는 오명에서 벗어나 더 좋은 도시로 성장할 수 있지 않겠는가.
최근 한 친구가 "너는 왜 인천을 좋아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사실 뚜렷하거나 거창한 이유는 없다. '인천에 살고, 인천대에 다니고, 또 인천 야구팀도 좋아하니까.' 그런 소소한 이유들이 있을 뿐이다. 내 또래들도 이런 소소한 이유들로 인천을 사랑하는 마음이 확산됐으면 좋겠다.
인천지역에 연고를 둔 우리 모두가 먼저 인천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인천이 태어난 고향이 아니더라도 학교 혹은 직장, 어떤 이유로든 인천을 잠시 거쳐 가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인천에서 만든 추억을 소중히 간직할 수 있어야 하겠다. 그런 마음을 간직한다면 인천은 분명 좋은 도시, 글로벌 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