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서울 생활 접고 시골마을 터 잡아
개인 주택을 지역주민들에 갤러리로 개방
축제·공연 통해 '마을공동체 만들기' 활동

"문화예술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함께 행복한 삶을 나누고자 합니다."

군포시 대야동 수리산 자락 덕고개 마을(속달로 210번길 14)에 자리한 소박한 도예공방. '산화랑'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곳에는 공예인이자 마을의 종합예술인으로 알려진 구영희(55) 대표가 살고 있다.

구 대표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위해 마련한 개인 주택을 개방해 마을 주민에게 그 공간을 기꺼이 내주었다. 마을갤러리이자 문화체험공간이다. 인근 주민은 물론 멀리 외지인까지 쉼없이 드나들며 문화예술적 공동체를 이루는 곳이다. 1998년 초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마을을 찾아온 젊은 예술가 부부는 폐가를 인수한 뒤 이곳에 보금자리를 꾸몄다.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한 구 대표는 현재 서울에서 중학교 미술교사로 재직중인 남편 등 다섯 식구와 살고 있다.

산화랑에는 그동안 숱한 세월과 사람이 오갔다. 마당에는 옛 구조를 살린 황톳집이 독특한 공간을 이룬다. 곳곳에 아이가 서툴게 만든 도자기와 비뚤비뚤한 그림, 전문작가의 도예 작품도 섞여 있다. 찻집이자 민박이 가능한 외가집 같은 산화랑은 모든 길손을 환영한다. 서울과 경기·인천에 살고 있는 공예·조소·서양화 작가부터 동양화·서양화 전공 대학생, 미술치료사 등 12명의 예술가들이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 산화랑 아트하우스에서 산화랑 미술제를 열고 회화, 조각, 공예 등을 전시했다. 같은 해 산화랑 예술축제를 연데 이어 '행복하고 아름다운 농사짓기'라는 주제로 '산화랑 농부생각'을 운영해 호응을 얻었다. 예술문화 체험 동아리를 운영하고, 연중 마련된 미술제와 예술제는 물론 '산화랑 소리청'이라는 문화예술공연까지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주민들을 대상으로 '행복한 마을공동체 만들기'도 운영한다.

구 대표는 비영리 민간단체인 산화랑예술학교와 군포도시농부학교, 군포 현장체험학습장 산공방 사업장도 꾸리고 있다. 지난 2014년 대야미마을협동조합에서 대야미마을교육공동체 운영을 시작으로 마을갤러리와 군포공예문화협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그는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과 문화예술가 공동체 지원 사업을 전략사업으로 꼽았다.

"미술 영역에서 예술문화에 이르기까지 삶을 담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즐기면서 가족 구성원과 마을공동체 안에서도 같은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의 삶을 소개했다. 이어 "개인적인 가치와 의미는 소중함과 존중에 두고, 공동체적 가치와 의미는 함께 즐기는 놀이문화에 있다"며 운영에 따른 철학과 소신을 밝혔다.

구영희 대표는 "산화랑은 자연 속에 있고 여기에는 한 가족사가 담겨있다. 전문 예술과 비전문 예술, 일상의 예술 등이 전시된다. 앞으로도 이 공간이 존재하는 날까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군포=전남식 기자 nscho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