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이 최악인 상태에서 설 연휴가 끝났다. 명절이 가장 큰 스트레스라는 청년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가운데 취업도 하지 못한 처지에 남들처럼 명절 연휴를 누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사치라고 한숨 짓는 게 유행어가 됐다. 안 그래도 축 처진 청춘들의 어깨가 더 초라하게 꺾였다. 오죽하면 연휴 누리는 걸 사치라고 푸념했겠는가.
중장년 노인층도 다를 게 없다.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에겐 설날이 달갑지 않았다. 한 노인은 생활고를 겪는다는 이유로, 또는 자식에게 부담돼 쉽사리 고향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해직자가 늘면서 모처럼 가족과 함께 누릴 소소한 행복마저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도내(수원, 화성, 용인)에는 이 노인과 같은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가 1만7909명이라고 하니 경제난국의 단면을 보이고 있다.

특히 명절마다 실업 청년들이 혼자 외로운 시간을 보내니 번번이 기가 막힌 신조어들이 나왔다. 이번 설에는 '혼설족'이라는 말이 또 유행했다.
이같이 절박한 경제난 속에서 정치권은 설 민심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묻고 싶다.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올인해도 모자랄 판국에 당리당략 추구와 잇속 챙기기에 열중하는 정치인들을 국민이 곱게 봐줄 리가 없다. 이래 저래 서민들로서는 더욱 팍팍해지고 있는 삶과 불안한 미래가 원망스러운 상황이다.

경제를 살려보려는 공동의 노력은 외면한 채 '남 탓', '네 탓'만을 외쳐대는 정치권을 향한 민심의 분노가 갈수록 높아가고 있음을 이번 연휴기간 귀 아프게 들었을 것이다. 민생안정을 외면한 채 '사사건건 발목만 잡는다'는 여권과 '정부와 집권 여당이 이제껏 무엇을 했느냐'는 야권의 상호 날선 공방으로 일관해온 때문이다.
이른바 '설 연휴 민심'은 경제 상황이 최악인 상태에서 이를 바로 잡아줄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하는데 대한 심판의 목소리로 모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민심에 부응하지 못하면 어느 당, 어느 누구도 설자리가 없다는 것을 정치권은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