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실사 완료 '국가사적 지정' 속도
시공사 공사비 갈등 '박물관 준공' 불투명

인천 계양산성을 재조명하는 사업을 놓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계양산성 국가사적 지정은 문화재청 현지 실사로 속도를 내는 반면, '국내 최초 산성 박물관'이라는 의미를 지닌 계양산성 박물관은 준공 직전 시공사와의 갈등으로 개관 시기마저 불투명해졌다.

계양구는 지난달 22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이 계양산성을 찾아 현지 실사를 마쳤다고 6일 밝혔다.

계양산성 실사는 지난 2017년 11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해 말 문화재청 사적분과위원회는 "계양산성이 지어진 시기와 축성 방법 등에 대한 추가 고증이 필요하다"며 사적 지정을 보류했다.
구는 1년여에 걸친 보완 연구 끝에 6세기 중후반 계양산성이 쌓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한강 하류의 요충지에 입지하면서 삼국시대~조선시대에 이르는 성곽 발달사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연구진 의견도 제시됐다.

구는 올 상반기 안에 문화재위원회를 통해 사적 지정이 재심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요구한 보완 자료를 제출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계양산성의 사적 지정과 동시에 박형우 구청장이 공약으로 제시했던 계양산성 박물관 건립은 준공을 코앞에 두고 지난해 말 멈춰섰다. 설계가 수차례 변경되면서 공사비를 둘러싼 시공사와의 갈등이 벌어진 탓이다. 당초 구는 지난해 11월 계양산성 박물관을 개관하려고 했지만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공사 재개 시점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계양산성 박물관은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산성 전문 박물관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계산고 주변 6739㎡ 부지에 지어지고 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간 9차례에 걸친 발굴조사로 확보된 유물 1000여점이 전시된다. 전체 공정률은 90% 정도인데, 전시 공간은 98%까지 공사를 마친 상태에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계양산성 사적 지정에 발맞춰 박물관이 개관하면 역사적 의미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시공사와의 합의가 쉽지 않아 개관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