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규희 적십자사 봉사회 파주시지구협의회장, 17년간 매주 홀몸어르신·불우이웃 반찬 나눔

"봉사를 하면서 보람이라면 몸이 건강해 봉사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보람 아닌가요?"

지난 25일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파주시지구협의회장으로 취임한 연규희(59) 회장은 자신만의 봉사철학을 '감사의 마음'이라고 말한다.

연 회장이 봉사를 처음 시작한 것은 1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들이 RCY(청소년적십자) 활동을 하면서 처음 봉사를 접하게 됐다.

당시 봉사가 낯설기만 하던 연 회장은 매주 토요일마다 복지시설을 다니며 목욕봉사와 환경정화 활동 등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고 한다.

특히 지금은 LG디스플레이가 들어서면서 사라진 '햇빛동산'이란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건강한 몸에 대한 감사함을 피부로 느끼고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에 큰 의미를 두게 됐다고 했다.

이후 봉사의 묘미에 빠진 연 회장은 2002년 적십자사 코스모스봉사회를 창립한 후 회원들과 체계적인 봉사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회원들과 직접 읍·면·동을 찾아 복지담당자에게 봉사수요처를 조사하고 주부들만의 장점인 반찬만들기 봉사에 나선다. 그렇게 반찬봉사를 시작한 지가 벌써 17년이 됐다. 그동안 만든 반찬을 모아도 수십톤 분량이 되고도 남는다.

봉사를 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처음에는 매주 반찬을 만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재정의 어려움으로 횟수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 연 회장에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도 회원들이 낸 회비를 모아 정성담긴 반찬을 만들 때면 아픈 다리도, 뻐근한 어깨와 허리도 회원들에게는 즐거운 비명으로 들린다.

만든 반찬은 대부분 독거노인과 불우이웃에게 매달 전달한다. 연 회장은 17년 동안 이어온 반찬봉사지만 반찬을 전달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한다.

가장 힘들고 가장 어렵게 사는 분들의 환경을 볼 때마다 우리가 얼마나 감사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몸소 느낀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어려운 사회소외계층이 왜 그렇게 많은지 우리 사회가 되돌아봐야 됨을 새삼 반성하게 된다고 했다.

이제 파주지구협의회장이 된 연 회장은 앞으로 더 많은 소외계층을 찾아내 그들에게 따뜻한 사회의 공기를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연규희 회장은 "봉사를 봉사라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이미 퇴색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봉사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가슴이 따뜻해야 봉사도 따뜻해지는 것으로 우리 사회 모두의 가슴이 따뜻함으로 가득하길 소망해 본다"고 말했다. 계속된 추위에 언 손을 난로에 녹여가며 회원들과 반찬을 만드는 연 회장의 모습에서 겨울의 끝이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

/파주=김은섭 기자 kime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