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소년사건, 처리 아닌 궁극적 해결 도모"
▲ 인천가정법원 최복규 법원장은 " 가정법원은 재판이라는 전통적 사법기능은 물론 후견·복지적 기능까지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공정재판 구현 … 전문법원 법관 '전문성 집중 발휘' 가능
인천, 이혼·청소년비행률 높아 관련기관 공동노력 필요



2016년 3월1일, 인천에 가정법원이 독립된 법원으로 개원했다. 그동안 가족 및 친족관계에서 발생하는 법률상 분쟁이나 범죄·비행을 저지른 소년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사·소년 사건 담당 전문법원이 없던 인천의 숙원사업 하나가 이뤄진 셈이다. 개원 이후 올해로 3주년을 맞은 인천가정법원의 최복규 법원장을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인천가정법원 취임한지 1년이 됐다
가정법원은 가사·소년사건 전문법원이다. 취임 당시 '치우침 없는 공정하고 믿을 만한 재판'을 구현하자는 목표를 뒀었다.
가사사건은 일반 민사사건과 달리 가정내부의 문제 혹은 친족사이의 분쟁이 대상이고, 관계 당사자의 감정이나 심리적 갈등에서 비롯된다는 특징이 있다. 일회성 판단으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고 재판 이후에도 당사자 사이의 관계가 계속되거나 장기간에 걸쳐 권리의무의 이행이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소년사건은 아직 인격이 미숙한 청소년이 대상이기 때문에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처벌' 보다 환경조정과 품행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을 통해 교화하고 범죄의 위험성을 제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가정법원은 재판이라는 전통적 사법기능은 물론 후견·복지적 기능까지 다해야 하고, 재판에서도 사건의 처리가 아닌 사건의 궁극적 해결을 도모해야 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적 이론과 논리를 기본으로 하되 교육학, 심리학 등 인문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접근을 추가해 당사자들 사이의 갈등을 완화하면서 분쟁으로 인한 상처를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자녀를 둔 부부의 이혼 사건에서는 이혼이 불가피하더라도 자녀의 양육을 위해서는 장래에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매우 크다. 가정폭력 사건의 경우에도 일반 폭력과 달리 그 주체와 대상이 모두 가정 내부에 있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연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족 모두에게 커다란 정신적 충격과 피폐를 야기한다. 무너진 가정 안에서 가족 구성원들의 정상적이고 건강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범행자에 대한 환경조정과 성행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이 필요한 이유다.
법원장으로 취임하며 1년간 법원 직원들과 함께 이러한 목표들을 향해 노력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천 시민들이 인천가정법원에 바라는 점을 경청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도록 귀를 기울였다.
혼인 대비 이혼 비율이 40%에 가깝다고 한다. 그만큼 위기 가정, 한 부모 가정, 재혼 가정도 많아졌고 이와 관련하여 재혼가정의 입양도 적지 않다.
그러나 다양한 형태의 가정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고 당사자들로 하여금 불편을 느끼는 듯하다. 그들이 특별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무심히 지나쳐주고 다름을 차별 없이 수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가정법원이 생긴 인천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천가정법원이 개원하기 전에는 인천지방법원이 가사·소년보호재판 등 업무를 담당했다. 지방법원은 이 업무 외에도 민사, 형사, 행정 재판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법관들도 다른 업무를 겸임하거나 해마다 사무분담이 바뀌기도 해 가사·소년보호사건 등을 보다 전문적으로 충실하게 처리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가정법원은 전문법원으로서 가사·소년보호재판 등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 가사소년전문법관을 비롯한 법관들이 적어도 가정법원에서 근무하는 기간 동안에는 특별히 요구되는 전문성을 발휘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법관 뿐 아니라 인간관계 학문의 석사 학위 이상을 가진 전문 조사관을 더 많이 확보하고(현재 12명) 조사실, 상담실, 면접교섭센터 등 물적 시설을 충실하게 갖췄다.
특히 인천가정법원은 독립된 청사를 갖고 있다. 건물구조에서 가정법원의 특수성을 반영했고 법원 마당의 조각품과 건물 로비의 조각품 등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썼다.
우리 법원 직원들도 전문법원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법원을 찾는 민원인들에게 좀 더 친절하고 온화한 자세로 대하고 있다.

▲인천 출신으로서 지역사회와 인천가정법원이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은
인천은 이혼율과 청소년 비행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런 현상은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고 관련 기관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인천가정법원은 지난 해 말부터 인천시·교육청과 협의해 지역 내 위기 가정과 청소년의 회복 지원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키로 했다. 앞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여러 방안들을 논의하고 실행할 계획이다.
위기 가정의 상담지원, 이혼 가정의 자녀를 위한 면접교섭센터의 확충, 위기 청소년을 위한 사법형 그룹홈 청소년회복지원시설(특히 여성)의 설치, 아동학대 피해 청소년을 위한 보호시설의 확충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협의이혼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자녀 양육안내 교육자료를 개정해 협의이혼 절차도 개선하고 지역의 건강가정지원센터와 연계해 상담과 심화된 부모교육을 제공하고자 한다.
면접교섭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비양육친과 자녀들을 대상으로 면접교섭 상담위원이 개입하는 면접교섭센터의 안정적 운용과 확대를 도모할 계획이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