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끝 어딘가엔…그림 같은 운명이 숨어있었다 
▲ 여자 주인공인 을순의 집으로 설정된 인천 동구 송현동 주택가.

▲ 두 주인공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은 연안부두 연오랑등대에서 촬영됐다.

▲ 주인공들의 운명을 이어주는 매개체 사과나무 목걸이가 탄생된 '숭의목공예마을'.

호러·로맨스가 결합된 이색 드라마
사랑과 공포를 만날 때의 느낌처럼
두근거림 가득한 인천 속살 담아내

정겨운 골목 모습 그대로의 송림동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 을순 집으로

두 주인공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목걸이는 '숭의목공예마을'서 탄생

신라시대 설화 속 배경 연오랑등대
서로의 마음 확인하는 장소로 낙점







인천 시민들의 삶의 현장이 녹아든 곳들을 영상으로 담았다.

호러와 로맨스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장르 드라마 '러블리 호러블리'는 운명을 공유한 남녀가 톱스타와 드라마 작가로 만나 일어나는 기인한 일들을 그렸다.

인천의 모습을 드라마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여 시청자들에게 보여준 러블리 호러블리는 미지의 세계가 선사하는 박동을 전해준다.

사랑이 처음 찾아왔을 때 '두근 두근'거리며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경험을 한다. 공포를 느낄 때도 마찬가지다. '쿵쾅 쿵쾅'거리는 심장. 바로 여기에 사랑과 공포의 유사성이 있다.

이 두 감정을 한 컷에 담아 시민들에게 전한 그들의 이야기에 '인천'이라는 장소를 더해 보면, 주변의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두근거림 가득한 '러블리 호러블리' 속 인천으로 풍덩 빠져보자.



#동구 송현동 주택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있는 곳. 골목들 사이에서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를 이야기부터, 어디서 끝내야 될지 모르는 이야기까지.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골목과 거리에는 다양한 내용의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러블리 호러블리의 두 주인공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어느 골목 코너를 돌 때 무엇인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초조함과 설렘. 그와 같이 러블리 호러블리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앞날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모른다.

그들의 아슬아슬한 이야기가 인천 동구 송현동 주택가에서 펼쳐진다. 우연과 운명, 호러와 멜로의 간극을 보여주는 그곳으로 찾아가 보자.

동구 송현동 주택가는 여자 주인공 오을순(송지효)이 살고 있는 동네로 나온다.

오을순은 어릴 적엔 부잣집 딸로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았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기 시작하면서 온갖 불운이 몰려 을순에게 벌어진다.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에게 서른네 번째 생일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말만 믿고 살아왔던 을순.

서른네 번째 생일에 운명처럼 그녀가 집필하는 작품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유필립(박시후)을 만난다.

골목은 서로의 공간을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두 주인공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숭의 목공예마을

소소하지만 행복이 담긴 '목공예마을'. 인천 숭의동에 위치한 목공예마을은 2015년 주민들과 구청에 의해 조성됐다.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구도심을 개선하고, 상가 활성화를 위해 지혜를 모아 만들어진 목공예마을은 현재 목공예센터, 창작공방, 목공소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또 피노키오가 떠오르는 캐릭터 '제페토'를 통해 목공예마을을 소개하고 있다.

러블리 호러블리에서 주인공들의 운명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사과나무 목걸이'. 을순은 끊어진 목걸이를 다시 잇기 위해 동네 공방을 찾는다.

실제로 을순의 집으로 촬영됐던 동구 송현동 주택에서 멀지 않은 목공예마을. 을순의 집처럼 많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운명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요소인 사과나무 목걸이가 이곳에서 가공된다.

'나무'에 숨결을 불어넣는 장인과 그것을 돕는 공방. 사과나무 목걸이에 비단 그들의 운명만 담긴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든 이의 정성도 깃들어 있다.

사과나무 목걸이 외에도 두 사람의 운명이 담긴 사과나무 푯말도 공방에서 만들어졌다.

그들의 운명을 하나로 엮어준 것처럼, 운명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숭의목공예마을을 찾아 추억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연안부두 연오랑등대

이야기가 담긴 연오랑등대. 인천항역무선방파제 등대는 '연오랑 등대'라고도 불린다.

이 명칭은 신라시대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 부부의 설화에서 비롯됐다.

하루는 연오랑이 바닷가에서 해초를 따고 있던 중 갑자기 바위가 연오랑을 싣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세오녀가 남편을 찾아 헤매다 남편이 벗어둔 신을 보고 그 바위에 올라 하염없이 그리워하니 하늘이 감동하여 바위가 또 세오녀를 일본으로 실어갔고 부부가 재회하게 된다.

연오랑 등대는 노을을 따다 먹은 애잔한 붉은 빛을 5초에 한 번씩 뿜으며, 이별하는 이들의 그리움을 흘려보내고 있다.

러블리 호러블리의 두 주인공은 이곳에서 자신이 처한 운명을 바다에 던져버린다.

사과나무 목걸이가 사라진 후 본격적으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주인공들. 자신을 떠나라 말하는 필립과 사과나무 목걸이를 바다에 던지며 언제고 무서워지면 떠나겠다는 을순.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다가올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긴장감이 흐르는 그들의 앞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등대를 배경으로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유는 한 자리에서 떠나간 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등대의 특성 때문이다. 이로 인해 등대는 오랜 시간 우리 삶에 사랑의 코드로 인식됐다.

잔잔한 서해와 붉은 노을이 함께하는 연오랑 등대 또한, 우리의 애틋한 감정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사진제공=인천영상위원회






'러블리 호러블리' 속 명대사


점쟁이役 김응수

# "다시 만나게 될 것, 한 뿌리로 두 나무가 같이 살 수는 없는 법."

- 부잣집에서 호의호식하던 나무였던 사과나무가 94년대 대운맞이 이후 시름시름 앓다가 그 집 마당 사과나무 밑을 파보란 점쟁이의 말에 무성한 나무가 앙상한 나무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연결된 나무의 뿌리를 뽑아버리고, 태워버린 을순의 아빠. 과연 그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유필립役 박시후

# "행운, 악운을 믿지 말고! 나를 믿으라고!"

- 자신들의 관계를 알게 된 이후 위기에 부딪힌 두 주인공. 결국 헤어지는 것을 택하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마침내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기로 한다.


오을순役 송지효

# "세상에 모든 엄마는 죽지 않아요. 잠깐 떨어져 있는 것 뿐이에요."

- 유필립과 오을순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과거에 대한 일을 회상하고, 유필립은 오을순에게 엄마가 언제 죽었는지에 대해 묻는다. 그에 대한 오을순의 답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