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역사 흐르는 책방, 함께 봄 만들어야"

 

▲ '아벨서점'으로 대표되는 배다리 헌책방거리.


얼마 전 전주에서 동네책방네트워크모임 워크숍이 있었다. 전국에서 모인 53곳의 동네책방지기들이 1박2일 동안 고군분투 살아남기 위한 필살기를 나누고, 지속 가능한 책방운영, 독자와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하는 공유거점으로서 의미를 확인하는 토론의 장이었다.

정부의 장기적인 서점정책부터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서점다변화을 논하며 심야까지 고민과 토론이 이어졌다.


1박2일로 진행된 빈틈없는 일정 중에 필자는 동문길 책방탐방에 관심이 더 갔다. 배다리 헌책방거리 초입에서 책방을 운영하며 헌책방거리 활성화방안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전주 동문예술거리는 남다른 관심거리였다.

문화예술단체들의 간판이 많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배다리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전주 동문길은 헌책방거리로 한때 유명했던 곳인데 지금은 동네책방과 헌책방이 같이 공존하며 몇 곳 남지 않은 책방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헌책방 터줏대감인 '한가네서점'은 '전주미래유산34'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서점인 '홍지서림'은 '전주미래유산15'로 지정되어 명패를 달고 전주문화를 대변하고 있었다.

(* 전주 미래유산이란? 전주사람들이 살아오면서 함께 만들어온 공통의 기억과 감성들로, 근·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유·무형의 것들 중 미래세대에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가리킨다)

전주 뿐 아니라, 서울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서울 미래유산으로,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은 관광명소로 지정되었다. 전주, 서울 못지않게 1950년대부터 헌책방거리를 유지해오고 있는 배다리헌책방들은 아직까지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아벨서점은 1976년부터 43년째 운영해오고 있으며 전국에서도 일부러 찾아올 만큼 책을 갖춘 짜임새나 책을 다듬는 품이 내가 다녀본 전국 서점 중 으뜸이다.

한미서점은 드라마 촬영장소로 유명해졌지만 그보다는 2대째 이어온 책방으로 더 뜻 깊은 곳이며 젊은 부부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삼성서림과 1969년 문을 연 대창서림은 지금은 주인이 바뀌었지만 새로운 책방지기들은 오랜 세월 책방을 운영해온 전주인의 노고를 잊지 않고자 옛 간판을 내리지 않고 그대로 운영해오고 있다.

옛 책방이름을 이어가면서도 끊임없이 다듬고 새로운 책방지기의 색깔을 입혀가고 있다. 배다리 헌책방중 가장 오래된 서점으로 알려진 집현전은 매각되었지만 새로운 주인이 그 이름을 달고 사진 예술 전문서점으로 새롭게 옷을 입고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나비날다책방은 책을 매개로 인문학강좌를 꾸준히 진행하며 책방학교를 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립출판물과 카페를 겸한 책방 커넥더닷츠가 문을 열었다. 젊은 세대들이 각자의 취향을 담아 헌책방거리에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책을 가꾸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책방을 이어온 역사가 있고, 책이란 매개를 통해 인문학강좌, 문화예술교육이 함께 이뤄지고 있는 공간인 것이다. 오늘도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이 배다리 헌책방거리를 찾아온다.

'아직도 자리를 지켜줘서 고마워요', '찾아갈 고향이 되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듣는다. 배다리 헌책방들은 고이지 않고, 지금도 흘러가고 있다,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아 젊은 세대들과 함께 호흡하며 봄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의 미래유산으로 남겨야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서울의 공씨책방처럼 '미래유산'으로 이름만 등록시키고 위기에 몰린 책방을 나 몰라라 하는 행정이 아니라, 인천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온 공통의 기억과 감성을 미래유산으로 책방지기들과 시민과 행정이 함께 만들어가고 지켜 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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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숙 달이네 대표는 …
'청산별곡'이란 별칭으로 유명한 생활문화공간 달이네 대표. 배다리마을에 작은 책 쉼터를 열어 사람들과 경계 없이 놀며 마을활동가,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요일가게와 나비날다책방을 운영 중이다.